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가 지난달 처음으로 3.3㎡당 2000만원을 돌파하면서 분양시장에 고분양가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서울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4703만원을 기록하며 '평당 5000만원' 진입이 가시권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사비 상승이 이어지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 부담까지 겹치는 등 분양가를 끌어올리는 요인들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3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지속된 원자재비와 공사비 상승 흐름이 분양가에 꾸준히 전가되며 분양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최근 1년간 전국에서 신규 분양된 민간 아파트의 ㎡당 평균 분양가는 605만2000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5.1% 오른 수준으로, 이를 3.3㎡로 환산하면 약 2000만7000원에 해당한다.
2024년 초 1700만원대 수준이던 분양가는 2년여 만에 3.3㎡당 300여 만원 상승했다. 국민평형(34평) 기준이면 약 1억원 가량이 오른 것이다.
특히 올해 들어 분양가 상승세가 강해지고 있다. 올해 1월 3.3㎡당 평균 분양가는 1900만원에서 4월 1902만원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7월 들어와 1974만원을 기록했고, 10월 2000만원을 넘으며 오름세가 강해지는 중이다.
건설사들은 자재 조달 비용과 인건비 부담이 누적되고 있다며 분양가 상승 원인을 짚었다. 코로나 대유행 이후 상승한 공사 원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다 고금리로 인한 이자 부담도 높아졌는데,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이자 비용은 전년 대비 18.4% 증가해 분양가 상승을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부담해야 할 이자 비용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사업성 악화 우려가 커졌다"며 "분양가에 비용을 반영하지 않고는 사업을 진행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환율 변수 영향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서울 강남권의 고급 단지일수록 수입 마감재 사용 비중이 높아 환율 변동의 영향이 크다는 설명이다. 그런 만큼 서울과 수도권의 분양가 상승 압력은 더 크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제로에너지 주택 건설비와 층간소음 방지 시공비 등 새롭게 가산될 비용도 분양가를 높이는 요인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 래미안 트리니원'은 이러한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이 단지는 일반 평균 분양가가 3.3㎡당 8484만원에 달해 분양가 상한제 적용 단지 가운데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전용 84㎡ 기준 분양가는 26억3700만~27억4900만운 수준이다. 강남권의 고급화 경쟁과 입지 희소성이 맞물린 결과로, 고가 분양가가 유지되는 상황이라는 평가다.
강남권뿐 아니라 서울 비강남 지역에서도 분양가는 빠르게 높아지는 흐름이다. 지난달 분양한 동작구 '힐스테이트 이수역 센트럴'은 일반분양가가 10억6850만~22억7850만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시장에서는 서울 주요 지역의 새 아파트 공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고분양가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서울은 신규 공급이 제한적인 구조라 공사비나 환율 같은 비용 상승 요인이 분양가에 비교적 빠르게 반영되는 편"이라며 "현재의 비용 압력이 지속되는 만큼 고분양가 흐름도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아주경제=이용우 기자 leeyongwoo@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