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천NCC가 현재 가동중단 상태인 제3공장(에틸렌 기준 연산 47만t)을 폐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주주사인 한화솔루션·DL케미칼과의 원료공급계약이 이번 주 중 마무리되면서 에틸렌 생산 규모를 줄이기로 한 것이다. 올 연말 사업재편 시한을 앞두고 구조조정 진척이 더뎠던 여수 석유화학단지에서 첫 감축 사례가 등장하게 됐다. 여천NCC는 계약 기간과 규모를 마무리 짓는 대로 3공장 폐쇄를 담은 사업재편안을 정부에 제출한다.
1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부와 채권단은 여천NCC와 한화솔루션·DL케미칼 간 원료공급계약 체결을 이번 주 내에 확정하도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주주사와의 원료공급 협상이 어떻게 마무리되느냐에 따라 구조조정 향방이 결정될 것"이라면서 "추이를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여천NCC는 한화·DL과 맺어온 19년 장기공급계약이 지난해 종료된 후 1년 가까이 재계약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여천NCC는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에 에틸렌을 각각 연 140만t과 73만5000t을 공급하고 있다. 프로필렌 연 61만t은 인근 폴리프로필렌 생산기업인 폴리미래에 보내고 이소부텐은 연 12만t씩 DL케미칼에 공급한다. 한화와 DL이 공급받는 원료에 대한 가격 산정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와 채권단이 3공장 감축 여부를 판단할 근거로 원료공급계약 재체결을 핵심 조건으로 요구하면서 이들 기업 간 협상은 양상이 달라졌다. 정부와 한국산업은행은 여천NCC가 사업재편안을 제출하려면 ▲3공장 감축에 따른 대응 방안을 비롯해 ▲30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 ▲한화·DL과의 원료공급계약 재체결 내용이 담겨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 가운데 대응방안과 출자전환은 마무리된 상태다. 여천NCC는 지난 8월 3공장 가동을 중단하면서 160명의 인력을 일근제로 전환해 보존 운영하고 있다. 여천NCC가 이달 안에 정부에 제출할 사업재편안에는 인력 전환배치·희망퇴직 방안을 포함할 방침이다. 또 출자전환과 관련해 DL케미칼은 대여금 1500억원 출자전환을 이미 마쳤고 한화솔루션도 절차를 밟고 있다.
결국 원료공급계약이 사업재편안 제출의 마지막 카드가 됐다. 여천NCC가 3공장을 멈추면서 공급 가능한 총량이 달라졌기 때문에 기존 계약에서 전제했던 기본물량 자체를 다시 산정해야 한다. 가격뿐 아니라 물량까지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구체적인 구매 규모를 놓고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업황이 나빠진 만큼 과거처럼 장기간 고정물량을 유지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선 이번 재계약에 대해 "기간은 기존보다 짧아지고 공급물량 역시 감축된 설비 여건이 반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천NCC 관계자는 "원료계약이 완료돼야 자구안이 완성된다. 회사가 할 수 있는 실질적인 조치는 대부분 마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천NCC 내부에서는 감축이 자신들만의 문제로 끝나선 안 된다는 불만도 나온다. 여수산단 전체가 공급과잉 조정 압력을 받는 상황에서 특정 기업만 감축을 실행하면 손실 부담을 홀로 떠안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정부는 "무임승차 기업은 엄중히 대응하겠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최근 여수 석유화학 기업들을 만난 자리에서 "사업재편서 제출 기한을 넘기는 기업은 정부 지원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여천NCC가 에틸렌 연간 47만t을 줄일 경우, 대산석유화학단지 110만t 감축과 합쳐 157만t이 사라지게 된다. 정부 감축 목표치 하한인 270만t에는 약 100만t 차이가 있다.
여수 지역 NCC 생산능력은 롯데케미칼 123만t, LG화학 208만t, 여천NCC 229만t, GS칼텍스 90만t 등 총 642만t으로 국내 최대 규모다. 지역 관계자는 "정부 구조재편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산단 내 다른 업체들도 어느 정도 책임을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여수산단 내 추가 조정이 이어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특히 지역에서는 LG화학 여수 1공장(110만t)이 설비 노후도와 원가 부담, 정유사와의 합작 가능성 등을 이유로 다음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최근 LG화학과 GS칼텍스는 여수 NCC 공장을 합작회사(JV) 형태로 통합 운영하는 방안을 두고 외부 컨설팅사를 선정해 시나리오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사(GS칼텍스)와 화학사(LG화학) 수직 계열화를 바탕으로 한 구조 전환이라는 점에서 정부 주도 구조 재편에 더 적합하다는 평가도 받는다. 양측은 설비 운영 효율과 원가 절감을 동시에 꾀하면서, 기존 과잉 설비의 조정과 동시에 시장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구상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NCC 설비 가치 평가, 통폐합에 따른 비용 배분, 사업시너지 실현 가능성, GS칼텍스 공동 주주사인 해외 투자자의 동의 여부 등 해결 과제가 남아 있다.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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