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146명이 숨진 홍콩 고층아파트 단지 화재 당시 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대피를 독려했던 여성이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1일(현지시간) 홍콩 매체 HK01 등 현지 매체는 여성의 유가족이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게시글을 인용해 이 여성이 탈출 명령을 받았음에도 즉시 떠나지 않고 17층에서 일일이 화재 사실을 알리다가 탈출 시기를 놓쳐 유명을 달리했다고 보도했다.

유가족 측은 "이웃 4명과 개 1마리의 생명을 구하고 떠났다"며 "자기 삶의 원칙을 관철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복잡하고 슬프고 괴롭다"면서도 "그는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소식에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누리꾼은 여성의 죽음에 대해 애도했다. 한 현지 누리꾼은 "생사의 갈림길에서 마지막까지 용감하게 사람을 구했다. 비록 가족을 떠나게 됐지만, 모두 이 여성을 자랑스럽게 여겨야 한다"고 댓글을 달았다.
앞서 홍콩 타이포 왕 푹 코트 아파트 단지에서 지난달 26일 오후 발생한 대규모 화재로 최소 146명이 목숨을 잃었고 79명이 상처를 입었다. 54구의 시신은 아직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으며, 40명 이상은 실종됐다. 불에 탄 아파트 전체에 대한 수색과 신원 확인 작업에 3~4주 걸릴 수 있어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번 화재는 1948년 창고 화재로 176명이 사망한 후 홍콩에서 가장 심각한 참사다.
홍콩 당국은 아파트 화재 참사와 관련해 지난달 29일부터 사흘간 공식 애도 기간으로 선포했다. 당국은 관공서에는 중국 오성홍기와 홍콩 깃발을 조기 게양하도록 했다. 애도 기간 정부가 주최·후원하는 공연과 행사 등은 연기 또는 취소된다.
2019년 시위 재연 우려에 '홍콩 화재' 반중국 행위 경고이 가운데, 일각선 2019년과 같은 반중국 시위가 재연될 가능성을 우려도 나온다. 중국 당국은 2019년과 같은 혼란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반중국 행위를 강력히 경고하고 나섰다. 앞서. 홍콩은 한때 활발한 정치 활동의 중심지였지만 2019년 대규모 민주화 시위가 발생한 후 중국이 엄격한 국가보안법을 시행한 이후 시위는 사라졌다. 다만 이날, AP통신 등 외신은 홍콩 아파트 화재 현장 인근 지하철역, 한 대학생이 시민들에게 전단을 나눠주며 서명운동에 나선 가운데 대학생을 포함한 4명이 홍콩 당국에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화재 사고 진상 규명을 위한 독립기구 설치를 비롯해 이재민 지원, 공사 사업 감독 시스템 점검, 정부 책임자 처벌 등 이른바 '4대 요구 청원'을 위한 서명운동으로, 온라인 청원에는 하루 만에 1만 명이 몰렸다. 이에 홍콩 당국은 서둘러 이들을 체포했다. 이들의 혐의는 '타이포 아파트 화재에 관심을 기울이는 모임'을 만들어 화재를 빌미로 시민들을 고의로 선동했다는 것이다.
이 모임이 만든 SNS 계정과 온라인 청원 페이지도 모두 삭제됐다. 나아가 화재 진압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정부 등을 향한 책임 추궁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쏟아 나오자, 중국 정부가 재난을 빌미로 혼란을 조장하지 말라며 강력 경고에 나섰다. 보안 당국은 비판 여론을 반정부 세력으로 규정하며 "여론을 거스르고 이재민의 슬픔을 이용해 정치적 야심을 이루려 한다"며 엄벌을 경고했다.
아울러 시민들에게는 "대립을 조장하고 분열을 선동하는 행위나 가짜 뉴스에 미혹되지 말라"고 촉구했다. 지난 2019년 범죄인 송환법에 반대해 몇 달씩 이어진 대규모 반중국 시위 재연을 우려를 해 초기 단계부터 강력히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번 화재가 2019년 반중 시위 이후 중국 본토가 재편한 홍콩 통치 구조의 위기 대응 능력을 가늠하는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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