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석재기자] 기후위기 대응에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풀뿌리 시민사회와 유력 정치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기후 자치’의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경기 고양시를 기반으로 활동 중인 비영리 민간단체 ‘탄소제로숲고양네트워크(이하 탄소제로숲고양)’는 지난 29일 일산 서구청 대강당에서 ‘기후·지방자치 아카데미’ 수료식을 갖고 한 달여간의 대장정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1일 밝혔다.
이번 아카데미는 지방자치 차원의 기후 정책 역량을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지역 거버넌스를 구축하기 위해 기획됐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참석자들의 면면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김성회 의원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 이동환 고양시장 등 여야 정치인들이 당적을 초월해 참여하며 기후 문제의 시급성에 공감했다.
지난 11월 1일부터 진행된 교육 과정에서는 폭염, 집중호우, 에너지 전환 등 구체적인 지역 기후 과제들이 다뤄졌으며, 예비 정치인과 공무원,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마지막 날에는 2022년 경기교육감 후보였던 성기선 교수가 강단에 서 기후변화 시대의 학교 교육 방향을 제시해 주목을 받았다.
수료식에서는 기후 위기를 대하는 정치와 사회의 태도에 대한 묵직한 제언들이 쏟아졌다.
아카데미 학장을 맡은 이해학 목사(성남주민교회)는 “기후변화는 인류 공통의 위기”라고 규정한 뒤,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병폐를 지적했다. 이 목사는 “나는 선이고 너는 악이라는 정치권의 이분법에서 탈출해야 한다”며 “우리 모두의 공통된 문제를 협력하여 해결하는 자세 속에 진정한 ‘기후 정치’가 있다”고 역설했다.
주최 측인 탄소제로숲고양 대표 이은형 신부는 행동을 강조했다. 그는 “야고보서에 ‘실천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라는 말이 있다”며 “기후 문제는 머리로 아는 지식이 아니라, 실제적인 삶으로 표현되어야 하는 현실의 문제”라고 실천적 변화를 촉구했다.
이날 수료식에 참석한 추미애 의원은 AI 시대의 전력난과 원자력 논쟁을 언급하며 날카로운 시각을 보였다.
추 의원은 “최근 급증하는 AI 전력 수요의 유일한 대안처럼 원자력이 거론되고 있다”면서 영화 ‘오펜하이머’를 인용했다. 그는 “핵의 위험성을 경고하려던 오펜하이머가 간첩으로 몰려 고초를 겪었던 슬픈 역사가 탄소중립 논의 과정에서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옥불로 달려가는 듯한 세상에서, 무엇이 올바른 길인지 치열하게 논의하는 공식적인 정치 체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탄소제로숲고양은 이번 아카데미 성과를 바탕으로 활동 반경을 전국으로 넓힌다.
심온 집행위원장은 “고양시의 탄소제로 운동을 모델로 삼아, 내년 지방자치 선거의 주요 아젠다로 확산하기 위해 ‘탄소제로전국네트워크’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이는 기후 의제를 단순한 캠페인을 넘어 선거의 승패를 가를 핵심 정책 이슈로 만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한편, 이날 현장에서 추미애 의원은 탄소제로전국네트워크의 고문직 제안을 흔쾌히 수락하며, 향후 범국민적 기후 정치 운동에 힘을 보태겠다는 뜻을 밝혔다. wawakim@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