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홍수’ 사망 1000명 육박… 이상기후·난개발이 재앙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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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홍수’ 사망 1000명 육박… 이상기후·난개발이 재앙 키웠다
印尼·스리랑카·태국서 수백명 희생 열대성 폭풍이 우기 만나며 물폭탄 “물길 무시한 개발… 피해 키워” 지적
최근 동남아시아 4개국에 걸쳐 발생한 대규모 홍수 피해는 계절성 요인에 기후변화로 인한 극단적 기상현상이 겹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물길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개발 등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이번 홍수 피해의 직접적인 원인은 역대급 폭우였다. 원래 동남아의 우기에는 폭우, 산사태, 홍수 등 재해가 흔하게 발생하는데, 이번에는 드물게 발생한 열대성 폭풍(사이클론)이 수마트라에 큰비를 쏟아붓고 우기와 겹치면서 피해 규모를 키웠다는 것이다.
스리랑카 군인들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폭우로 성인 남성 허리 높이까지 물이 차오른 수도 콜롬보 외곽 웰람피티야 거리에서 군용 트럭을 이용해 주민들을 구조하고 있다. 기후변화 영향으로 극한 날씨가 빈번해지면서 동남아 지역 피해가 커지고 있다. 웰람피티야=AFP연합뉴스 기후변화로 기상현상의 극단성이 커진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AFP는 “기후변화로 인해 폭풍의 강도가 증가하고, 더 따뜻해진 대기가 더 많은 수분을 품으면서 폭우의 빈도도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무분별한 개발이 대규모 홍수를 야기했다는 비판도 있다. 파키스탄 미디어 신드 쿠리어는 “동남아 국가들에서 지난 수십년간 이뤄진 개발은 습지를 잠식하고 자연스러운 물길을 막았다”면서 “그 결과 자연 배수로가 차단되어 재난이 악화했다”고 꼬집었다.

이번 홍수 및 산사태로 인한 사망자는 이날까지 1000명에 육박했다. 인도네시아 국가재난관리청은 수마트라섬 북부 지역 3개 주에서 발생한 홍수와 산사태로 이날까지 442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정부가 구호물자를 실은 군함 3척과 병원선 2척을 파견했으나, 피해 지역의 도로와 교량 등 기반시설이 파괴돼 접근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스리랑카에서도 최소 334명이 사망했다. 스리랑카 정부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홍수와 산사태 피해를 본 주민들을 구조하기 위해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했다.

약 300년 만의 기록적 폭우가 쏟아진 태국에서는 176명이 사망했다. 말레이시아 북부 페를리스주에서도 2명이 숨졌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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