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핵심 금융정책 기조인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 확대'로 금리 왜곡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저신용자가 고신용자보다 낮은 금리를 적용받으면서다. 또 통상 담보물이 확실해 비교적 안전하다고 평가받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보다 기업대출 금리가 더 저렴한 이례적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 규제로 기형적인 금융질서가 형성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일 은행연합회의 10월 신규취급한 주택담보대출(분할상환방식, 만기 10년 이상) 신용점수별 금리 통계에 따르면 시중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모두 신용점수 600점 이하 대출자가 601~610점 대출자보다 저렴한 금리를 적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별로는 NH농협은행의 신용점수 600점이하 대출자 금리는 4.93%로, 신용점수 601~650점 대출자 금리(5.16%)보다 낮았다. 금리 왜곡은 신용점수 651~701점 구간에서도 또 확인됐는데, 701~750점(4.58%) 보다 651~700점(4.54%)의 대출자들이 더 낮은 금리를 적용받았다. 신한은행도 신용점수 600점이하 대출자(3.67%) 금리가 신용점수 601~650점 대출자 금리(4.54%)보다 낮았다. 우리은행 역시 같은 구간에서 금리 왜곡이 발견됐는데, 신용점수 600점이하 대출자(4.59%) 금리가 신용점수 601~650점 대출자 금리(4.64%)보다 낮았다. 하나은행도 신용점수 600점 이하 대출자(4.25%) 금리가 601~650점 대출자 금리(4.29%)보다 낮았고, 또 신용점수 701점~750점 구간의 대출자 금리가 4.23%로 751점~800점(4.29%)보다 저렴했다. 4.23%대의 금리는 신용점수 851점~900점대의 대출자 금리와 같은 수준이었다. KB국민은행도 신용점수 600점 이하 대출자(4.33%) 금리가 601~650점 대출자 금리(4.80%)보다 저렴한 금리를 적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려했던 신용점수 '역차별'이 현실화한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중 주담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데다, 주담대 증가세를 억누르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금리 왜곡은 기업대출과 주택담보대출에서도 확인됐다. 일반적으로 부도 위험이 낮은 주담대가 기업대출보다 금리가 더 낮지만,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에 발맞춘 은행권의 경쟁적 기업대출 확대 영향으로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업대출 금리는 3.99%로, 4개월 연속 하락하며 3%대로 떨어졌다. 이 중 기업일반자금대출 금리는 지난 7월 4.03%로 변동형 주담대 금리(4.05%)를 밑돌았다. 7월에 이어 8월과 9월에도 역전 추세는 유지됐다.
기업대출이 주담대보다 더 저렴한 건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서도 확인됐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시중 5대 은행의 지난 7~9월 중소기업대출(물적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연 3.82~3.99%로 주담대 평균금리 4.02~4.30%보다 0.2~0.31%포인트 더 낮았다.
이 같은 이례적 현상이 나타난 데는 이번 정부 들어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 확대로 대출 구조가 변화한 영향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금융당국이 '생산적 금융'에 박차를 가하면서 시중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기업대출에 나서면서 기업대출 금리가 크게 하락했다. 반면 주담대 금리는 가계대출 총량 규제 강화로 인해 가산금리를 높게 유지하면서 높은 금리가 지속됐다. 시중 5대 은행에서는 변동형 주담대 금리 상단이 6%를 넘어섰고, 일부 인터넷 은행에서는 7%를 돌파하기도 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 대출금리가 0.03%포인트 하락한 반면 가계대출 금리는 0.07%포인트 상승했다"며 "매우 희귀하게도, 중소기업 대출금리가 가계 주택담보 대출 금리보다 낮아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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