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옹기로 빚은 '화요'…22살 경쟁력 앞세워 매출 1000억원 재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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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옹기로 빚은 '화요'…22살 경쟁력 앞세워 매출 1000억원 재도전

1일 찾은 경기도 여주시 가남읍의 화요 공장. 밥 짓는 향과 알코올 냄새가 은은하게 뒤섞인 생산동에는 흔한 양조장에서 찾을 수 없던 정교한 배관과 스테인리스 설비, 각종 센서가 촘촘히 배치됐다. 증미·제국·발효·증류·숙성 전 과정에는 자동 반응 제어 시스템과 인공지능(AI) 기반 분석 장비가 적용돼 주요 변수가 실시간으로 관리되는 스마트팩토리다.


화요의 제조 정체성은 숙성실에서 드러났다. 2004년 첫 제품 생산 때 들여온 옹기를 포함해 350여 개의 옹기가 규칙적으로 배치돼 있으며, 장인이 빚은 옹기는 크기와 두께가 모두 달랐다. '숨 쉬는 그릇' 특성상 미세한 산소 교환이 이뤄져 원액의 향·텍스처·산화 안정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자동화된 공정 위에 전통 옹기 숙성을 결합하는 방식은 22년 전 탱크 두 대에서 출발한 화요가 일관되게 지켜온 제조 원칙이다. 기술과 전통의 조합이 화요의 프리미엄 증류주 경쟁력을 뒷받침하고 있었다.



화요는 긴 시간 공정을 기반으로 한 증류식 소주의 정체성을 유지해 왔다. 원액 빚기부터 발효까지 최소 한병당 4개월이 소요되는 만큼 초기 시장 안착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특히 희석식 소주가 지배하던 국내 주류 시장에서 고비용 구조의 증류식 제품은 경쟁에서 불리했다.


실제 설립 이후 12년간 화요는 적자에 시달렸다. 그러나 2020년 이후 홈술·프리미엄 소비 트렌드가 자리 잡으며 시장 환경이 바뀌기 시작했고, 화요의 매출은 2020년 128억원에서 지난해 397억원으로 3배 이상 성장했다. 영업이익도 95억원으로 20%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창립 22주년을 맞은 화요는 글로벌 시장 확대를 핵심축으로 삼고 2026년까지 매출 1000억원 달성에 재도전한다는 계획이다. 내년을 성장 재도약의 분기점으로 삼아 'K-증류주' 시장의 외연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조희경 화요 대표는 1000억원 목표의 본질은 '성장의 속도'가 아니라 '브랜드가 도달해야 하는 가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1000억원은 단순한 매출 목표가 아니라 화요의 브랜드 정체성이 도달해야 할 지점"이라며 "2026년에는 1000억원 매출 달성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화요는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현재 미국·영국·일본·호주·캐나다 등 30여 개국에 수출 중이며, 국가별 소비 특성에 맞는 제품 포트폴리오와 유통 전략을 세분화하고 있다. 주요 제품군인 '화요25·41·53', 'X.Premium' 등은 현지 시장에서 프리미엄 증류주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조 대표는 "41도 제품을 고집해 온 것도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믿음 때문"이라며 "K-콘텐츠는 세계 시장에서 확고한 브랜드가 됐지만 한국 술 문화는 아직 소개되지 않았다. 우리는 이를 문화 마케팅으로 풀어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영향력 확대를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는 주세 체계 개편이 꼽힌다. 한국은 여전히 종가세 구조를 유지하고 있어 고품질 원료를 사용하는 증류식 소주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박준성 화요 생산본부장은 "출고가 1만원이면 약 절반이 세금"이라며 "OECD 대부분 국가처럼 종량세로 전환하면 가격 경쟁력이 최소 30% 생긴다"고 말했다. 화요는 지금까지 주세 개편 청원을 38차례 제출했다.



화요는 내년부터 RTD(Ready to Drink)·저도주 제품, 캔 포장 등 새로운 포트폴리오 구축에도 나설 계획이다. 국가별 규제 차이를 고려한 지역 특화 제품, 온라인 유통 채널 강화 등 판매 구조 전반의 재정비도 진행 중이다.


조태권 화요그룹 회장은 "화요는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세계 기준에 부합하는 품질 체계와 제도 개선을 통해 대한민국 증류주의 미래를 책임지는 문화·산업 플랫폼으로 성장해 나가겠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증류주가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브랜드의 노력뿐 아니라 산업 구조 전반의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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