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거래소(ATS)와의 관계에서 동등한 경쟁을 실현하는 문제 그리고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이 한국거래소가 당면한 과제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지난달 28일 아시아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거래소가 직면한 과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ATS 안착, 동등한 경쟁환경 필요…거래시간 연장 추진정 이사장은 "올해 3월 넥스트레이드가 출범하면서 자본시장의 경쟁체제가 도입됐다. 현재 법령에 의해서 ATS의 거래량이 한국거래소 거래량의 15% 이상을 넘지 않도록 제한하고 있으나 거래대금 기준으로 보면 이미 한국거래소 거래대금의 40%가 넘는다. 거래시간도 12시간으로 한국거래소보다 길고 수수료도 20~40% 싸다. 이미 ATS가 안착 수준을 넘어서 나름대로 역할을 하는 셈"이라며 "올해는 증시 활황으로 수수료 수입이 많이 줄지는 않았지만, ATS가 시장에 안착한 만큼 한국거래소도 ATS와 동등한 환경하에서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거래소도 넥스트레이드처럼 12시간 거래를 추진하고 있고 수수료도 오는 15일부터는 한시적으로 현재 수준에서 20% 내지 40% 정도 낮춰서 운영할 예정이다.
거래시간 연장은 글로벌 트렌드이기도 하다. 정 이사장은 "전세계적으로 특히 미국 시장을 보면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자회사 아카를 통해 24시간 거래 중이고, 나스닥은 내년 하반기부터 자체 시장이 24시간 거래를 할 예정"이라며 "나스닥 최고경영자(CEO)의 프레젠테이션 내용에 따르면 나스닥 프리애프터마켓 투자자의 20%는 미국 투자자이고 80%가 해외 투자자로, 해외 투자자 80% 중에 절반인 40%는 한국 투자자다. 결국 나스닥도 NYSE도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 투자자를 겨냥해 24시간 운영하려는 것이다. 세계 최대 선물·옵션 거래소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도 한국 투자자로,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하는 역할이 엄청나게 커졌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투자자들은 국내에서도 한국거래소와 ATS가 거래시간을 늘려서 경쟁 환경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더 나아가 해외 시장 환경이 실시간 반영되길 바란다. 지금도 ATS에서 가장 거래가 활발한 게 프리마켓인데 투자자들은 미국이나 유럽의 시황을 반영해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트렌드에 따라 24시간 거래체계로 우리도 바꿔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한국거래소도 최종적으로 머지않은 장래에 24시간 거래체계로 바꿔야 한다. 당장은 전산적 부담 등을 고려해서 ATS가 가는 것처럼 12시간 거래시간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의 생존 문제이기 때문에 가능한 빠른 시간에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자산 토큰화 추세에 빨리 적응해야
정 이사장은 수익모델 측면에서는 가상자산이나 토큰증권(STO)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글로벌 자본시장은 이미 24시간 거래, 결제 주기 단축(T+1)을 넘어 자산 토큰화 등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면서 "본드(채권) 토큰화는 이미 블랙록 등 주요 자산운용사가 미국 채권을 자기네들이 일종의 딜러로서 거래한다. 더 나아가서 주식 토큰화(tokenization)도 이뤄지고 있는데 엔비디아, 테슬라 같은 주요 기업들의 주식을 토큰으로 만든 엑스스톡스(XStocks)를 발행해 크라켄과 같은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이미 거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토큰증권이 보편화되고 스테이블코인으로 지급, 결제가 이뤄지는 시대가 오면 현재의 예탁결제기관, 증권사, 상업은행 등이 필요 없게 될 수 있다. 지급 결제 수단과 청산 결제 과정의 혁명이 일어나는 것이다. 개별 국가별로 거래소가 하나씩 있을 필요도 없어진다. 20~30년 후에는 주요 거점 거래소만 살아남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거래소도 전통적인 증권거래소의 틀을 깨고 나아가야 한다. 국제적인 자산 토큰화 추세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천피' 위해선 산업의 성공적인 구조전환 중요
올해 코스피가 4000선을 돌파하는 등 기록적인 강세를 보인 것과 관련해 정 이사장은 "가장 중요한 상승 모멘텀은 역시 밸류업 프로그램"이라며 "지난해 5월부터 이어져 온 기업가치 제고 노력이 (주가 상승의) 기본적인 환경적 요인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업 가치 제고, 소액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노력이 올해 들어 상법 개정 등을 통해 제도적으로 뒷받침되기 시작하면서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가 제고됐다는 것이다. 이어 "두 번째는 반도체, 방산, 조선,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과 K바이오, K컬처에 대한 해외 평가 및 전망이 급속도로 개선된 게 주효했다"고 덧붙였다.
코스피가 5000, 6000으로 가기 위해 필요한 것에 대해서는 산업의 성공적인 구조 전환을 꼽았다. 정 이사장은 "코스피가 5000 이상 가기 위해선 상법 개정, 세법 개편, 자사주 소각, 배당소득 분리 과세 등 계속된 밸류업에 대한 노력이 차질 없이 진행되는 것은 물론이고 추가로 산업의 구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이제 3만6000달러까지 올라왔는데 PPP(구매력 평가) 기준으로 보면 일본은 이미 앞질렀고, 프랑스나 영국 수준이다. 전통적인 제조업은 우리 1인당 국민소득 수준에서는 더이상 국내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이들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러한 산업적 공백을 새로운 첨단산업으로 얼마나 잘 전환해 공백을 메우고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도록 할 것이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 이사장은 시장의 신뢰 확보를 위해서 상장기업 퇴출 기준을 계속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시장과 비교해보면 우리가 국내총생산(GDP)은 미국의 15분의 1이고 시가총액은 30분의 1 수준이다. 그런데 상장 회사 수는 2분의 1이다. 미국이 5500개고 우리가 2800개 정도다. 심지어 우리는 중복상장도 많다. 주식이 많으면 평균단가는 떨어지기 마련이고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종목은 결국 불공정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투자가 이뤄지는 것이 아닌 '카더라' 소문에 의해 매매가 이뤄지게 되는데 이런 시장은 굉장히 건전하지 않은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본시장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선 수익모델을 못 만드는 기업을 즉각 퇴출하도록 해 자본시장이 고인 물이 되지 않도록 해야 시장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담: 김필수 경제금융에디터 겸 증권자본시장부장
정리: 송화정 기자, 김진영 기자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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