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면서 은행의 기업대출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과도한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등 가계대출은 줄이고 기업대출은 확대하는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기업대출 특성상 연체율이 가계대출에 비해 높고, 이른바 '깡통대출'로 불리는 무수익여신 역시 증가하고 있어 건전성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 기업대출 잔액 5개월 연속 상승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849조4646억원으로 전월 대비 3조1587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증가액이 1조5125억원,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증가액이 6396억원을 기록한 것에 비해 기업대출 증가폭이 확연히 컸다.
5대은행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 7월부터 5개월 연속 상승세다. 5개월 사이에 기업대출은 총 19조6263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이 13조2996억원 늘어난 것에 비해서도 기업대출 증가폭이 더 컸다.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대출이 늘었는데 5개월 동안 대기업 대출은 6조4851억원 증가한 반면 중소기업 대출은 13조1412억원 증가했다.
이재명 정부가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면서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기업대출을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과도한 부동산 대출이 집값 상승과 양극화 등 많은 문제를 불러온다고 보고 가계대출보다는 기업대출과 같은 생산적인 분야로 대출을 확대해달라고 은행에 요구해왔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올해 1분기 기준 89.5%로 세계 주요국 중 높은 수준이다. 이에 은행들은 하반기 들어 주담대와 등 가계대출 비중을 줄이고 기업대출을 늘리는 중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주담대의 경우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도 걸리기 때문에 대출 규모를 크게 줄였다"며 "대신 기업대출을 확대하는 영업 방침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은행이 적극적으로 기업대출을 확대하면서 향후 재무건전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업대출의 경우 일반적으로 가계대출에 비해 연체율이 높은 편이라 은행 입장에서는 관리하기 까다로운 편에 속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국내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0.61%로 가계대출 0.39%에 비해 많이 높았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의 경우 0.75%에 달했다. 중소기업 연체율은 2023년 9월 0.49%에서 작년 9월 0.65%, 올해는 0.75%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무수익여신 등 깡통대출도 관리 나서야
기업대출이 빠르게 늘면서 '무수익여신'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은행에서 이자조차 제대로 회수하지 못하는 무수익여신 잔액은 올해 들어 9개월 간 1조원가량 늘었다. 농협은행을 제외한 4대 은행의 올해 3분기 기준 무수익여신 잔액은 4조1994억원으로 지난해 말(3조1787억원) 대비 1조207억원 급증했다. 이는 2023년 4753억원, 2024년 4262억원의 연간 증가 규모를 크게 웃돈다.
무수익여신은 은행이 차주로부터 이자조차 받지 못하는 대출을 말한다.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에 법정관리, 부도 등으로 이자 수익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대출을 합한 규모다. 원금은 물론 이자도 회수하지 못하기 때문에 은행에서는 고정이하여신보다 더 부실한 악성 부실채권, 일명 '깡통대출'로 취급한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이 올해 3분기 기준 1조2668억원으로, 규모나 증가 폭(3437억원) 모두 가장 컸다. 하나은행(1조1305억원)도 9개월 사이 1396억원 늘어 1조원을 웃돌았다. 이어 신한은행이 9832억원, 우리은행이 8189억원으로 집계됐다.
기업과 가계 모두 무수익여신 규모가 늘어났지만, 특히 기업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증가액의 76%(2621억원)는 기업에서 발생했다. 하나은행은 전체 증가액 1396억원 중 기업에서만 1277억원(91%)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전체 대출에서 무수익여신이 차지하는 비중도 0.31%까지 확대됐다.
기업대출이 늘어나는 속도를 감안하면 올 연말 기준 무수익여신 잔액은 더 확대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내외 어려운 경영환경에 기업 부실이 늘어난 영향"이라며 "생산적 금융이 본격화되는 내년에는 은행의 부실대출 관리가 새로운 과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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