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이앤씨의 사망 사고로 우리 사업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닌지, 안전에 문제가 없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
지난 6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위치한 한 정비사업 조합 총회에서 나온 질문이다. 이 단지는 수년 전 포스코이앤씨로 시공사를 정했다. 착공 예정 시점까지는 2년이 남았다. 포스코이앤씨의 한 직원은 "다음 달이면 안전 점검이 끝날 것"이라며 "앞으로 정부가 어떤 처분을 내릴지는 알 수 없다. 현재로서는 이미 계약한 사업장의 경우 문제가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의 마지막 말이었다. 그는 "감사합니다"로 말을 맺은 게 아니라, "죄송합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의 부주의로 사고가 난 것도, 사과를 요구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그의 사과는 엄중했다. 그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올해 들어 4번째 사망사고(산재)가 발생했고, 이에 따른 안전 점검으로 공사가 중단된 103개 사업장에서 근무하던 포스코이앤씨 직원들도 누군가에게 한 두 번씩은 고개를 숙였을 것이다.
'사고'가 아니라 '살인'일 수 있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적이 만든 변화다. 대통령은 한 달 전 국무회의에서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발언 후 일주일이 지난 뒤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며 쐐기를 박았다. 면허 취소는 현행법상 최고 수위 징계다. 1995년 삼풍백화점(삼풍건설)과 1997년 성수대교(동아건설) 붕괴 사고 외에 이런 징계가 내려진 적은 없다.
건설업계의 안전에 대한 긴장감은 극에 달한 상태다. 최고경영자(CEO)나 각 분야 임원들은 주말을 가리지 않고 현장에 나가 안전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날이 뜨겁거나, 비가 내리는 등 안전에 우려가 된다면 즉각 작업을 중지하고 있다. 폭염을 피해 쉴 수 있는 근로자 쉼터 마련하거나, 개별 안전교육을 강화하는 곳도 있다. 사고 후 대처도 달라졌다.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으로 판단하게 되면 최고경영자(CEO) 명의의 사과문부터 발표한다. 이어 공사를 중단하고 안전 점검에 들어간다. 일부 건설사에서는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CEO부터 담당 팀장까지 관련자들이 사표를 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고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 지난 6일 경남 김해 아파트 건축공사장에서는 근로자 1명이 사망했다. 5일에는 LNG터미널 공사 현장에서, 3일에는 성동구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작업 중 사망자가 나왔다.
안전불감증을 해소하는 것만으로는 사고를 막을 수 없다. 구조적 변화를 뒷받침해야 악순환을 막을 수 있다. 우선 손 볼 것은 최저가 입찰제다. 공사비가 가장 작은 곳에 일감을 몰아주게 되면 하도급 업체는 이익을 챙길 수 없게 되고 결국 안전 비용을 줄이게 된다. 발주처도 안전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안전 비용을 공사 입찰 시 반드시 포함하도록 하고, 공사 지연 따른 지체상금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특히 민간공사에서도 폭염 등 안전과 관련한 사안으로 공사가 지연됐다면 지체보상금을 물리지 않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재하도급도 막아야 한다. 정부의 의지만큼이나 강력한 제도 혁신에 팔을 걷어야 할 시점이다.
황준호 건설부동산부장 rephwang@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