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재명式 부동산, 결국은 ‘문재인 시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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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이재명式 부동산, 결국은 ‘문재인 시즌2’

정부가 '주택공급 확대 방안'이라는 이름으로 수도권에 2030년까지 135만 가구를 착공하겠다고 발표했다. 대선 공약집에도 없던 구체적 숫자가 처음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집을 미리 사서 다행"이라는 자조 섞인 말도 나온다.


정비사업 활성화를 내세웠지만, 정작 '똘똘한 한 채' 열풍의 진원지인 선호지역 공급의 숨통을 틀 '알맹이'는 빠졌다. 전문가들이 수차례 강조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폐지·보완은 언급조차 없었다. 노후청사·학교용지 활용 같은 추상적 계획만 담겼다. 건설업계가 요구해온 다주택자 규제 완화도 '52쪽' 분량의 대책 문서에서 단 한 줄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전체 공급의 80% 이상을 민간이 책임지는 현실을 외면한 채, 공공 주도 공급만 나열한 '공급 쇼'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대책은 문재인 정부의 2021년 2·4 대책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용적률 인센티브, 재개발·재건축 속도전 구호까지 그대로 복사한 수준이다. 당시 대책 상당수는 실현되지 못하고 유야무야 사라졌다. 이번에는 '착공' 기준 관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접 시행이라는 포장지만 달라졌다.


이런 결과는 이미 예견됐다. 대책 발표 전 전문가 회의에서도 "공급은 별것 없을 테니 수요 억제책이나 내놓으라"는 질책이 나왔다. 결국 쥐어짜기식 공급 약속 뒤에 다시 등장한 것은 규제였다. 정부는 규제지역 담보인정비율(LTV)을 50%에서 40%로 낮췄다. 그러나 이미 6·27 대책으로 주담대 한도가 6억원으로 묶인 상황에서, 강남3구·용산 등 초고가 밀집지에 국한돼 적용되는 만큼 효과는 미미하다.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도 사실상 규제지역 확대 가능성을 염두에 둔 조치임을 시사했다. 여기에 1주택자의 전세대출 한도를 2억원으로 제한하는 '핀셋 규제'까지 얹었다. 공급은 미래의 약속인데, 시장에는 당장의 규제 강화만 던진 셈이다.


문제는 결국 사람이다. 국토부 1차관과 LH 개혁위원장 등 정책 요직은 토지 불로소득을 100% 국가가 환수해야 한다는 급진적 이론가 헨리 조지(Henry George)의 신념에 가까운 인물들이다. 토지와 주택 소유를 죄악시하며 시장을 억누르려 했던 과거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정책도, 인사도 '문재인 시즌 2'를 넘어 완벽한 회귀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를 알면서도 정권 초반에 대립각을 세우고 싶지 않아 공개적인 언급을 꺼린다. 그러나 '불편한 진실'을 누군가는 이야기해야 한다. 시장 안정을 외치면서 시장과 싸우고,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겠다면서 더 큰 고통을 예고한다. 그 결과가 어떤 것인지는 모두가 알고 있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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