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벤처캐피털(VC) 심산벤처스가 한국 딥테크 스타트업에 주목하고 있다. 이승화 심산벤처스 대표는 최근 아시아경제와 만나 "한국의 초기 창업 환경과 기술력은 이미 훌륭하다"며 "한국에서 만든 기초 체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을 전제로 사업을 설계하는 팀에 투자하고 싶다"고 말했다.
"기술 갖춘 스타트업 발굴해 글로벌로"심산벤처스는 이 대표가 영국 워릭 비즈니스스쿨 유학 중 만난 사힐·사갈 쇼프라 형제와 의기투합해 2022년 출범시킨 하우스다. 세 공동창업자가 영국 런던(본사),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한국 서울에 각각 상주하며 딜 소싱과 투자 의사결정을 진행하는 구조다.
전체 운용자산(AUM)은 300억~350억원 수준이다. 한국에선 액셀러레이터(AC) 라이선스를 보유하지만, 해외 VC 자격을 활용해 성장 단계별 투자를 병행 중이다. 연말까지 한국 포트폴리오는 8~10개사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 대표는 한국 스타트업의 최강점으로 '기술력'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 기술력이 낮다는 인식은 항상 실리콘밸리 톱티어와 비교하면서 나온 말"이라며 "유럽·영국 딥테크 스타트업과 비교해 보면 한국 기술은 결코 뒤지지 않고, 오히려 더 앞서는 경우도 많다"고 분석했다.
'시장과 자본'은 보완점으로 꼽았다. 이 대표는 "한국은 내수시장 규모가 작고, 자본시장이 덜 성숙했다"며 "창업자의 글로벌 실행 역량도 아직 고른 편이 아니다. 그래서 기술력 있는 팀을 글로벌로 연결해 주는 역할이 VC에 필요하다"고 밝혔다.
딥테크·AI 중심 초기 투자…핀테크 잠재성도 다시 주목이 대표는 심산벤처스 설립을 "일종의 창업"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2021~2022년 한국 생태계를 보면서 3~5년 안에 더 성장하고 글로벌로 확장될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며 "그래서 '한국을 주목적 투자로 포함한 글로벌 펀드'를 만들자는 방향으로 회사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투자 전략은 딥테크·인공지능(AI) 중심의 초기 투자다. 심산벤처스는 설립 1년 만에 핀테크(금융+기술) 분야에서 두 배가량 수익을 내고 회수한 사례도 만들었다. 이 대표는 "초기 단계에 주력하고 있지만 점차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까지 범위를 넓힐 계획"이라며 "한국에서는 규제 특성상 대형 핀테크가 성장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어 딥테크·AI에 우선 집중해왔다"고 전했다.
다만 환경 변화에 따라 핀테크 투자도 확대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스테이블코인 제도권 편입이 본격화되면 송금·결제 등에서 혁신 여지가 커진다"며 "규제로 인해 글로벌 진출이 어려운 의료·금융 분야에서도 확장성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포트폴리오로는 제조 설비를 직접 제어하는 피지컬 AI 스타트업 '지신'을 소개했다. 그는 "'지신'은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서울대, 카이스트(KAIST) 출신 창업팀이 하드웨어와 AI를 결합한 풀스택 기술력을 갖춘 곳"이라며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을 전제로 육성 중인 핵심 사례"라고 강조했다.
"자신감 있는 스토리텔링, 시장 중심 시각 필수"이 대표는 한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확장을 위해 '시장 중심 사고'와 '자신감'을 주문했다. 그는 "글로벌 진출은 생각보다 많은 비용·시간이 들어간다"며 "초기에는 한국의 지원제도와 연구개발(R&D) 자금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기초 체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포용적인 초기 창업 생태계 중 하나"라며 "기술 스타트업에 팁스(TIPS)를 비롯한 대규모 R&D 자금을 제공하는 국가는 많지 않다"고 평가했다.
다만 사업 설계는 애초부터 글로벌을 전제로 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동아시아 문화의 '겸손'이 글로벌 무대에서는 오히려 자신감 부족으로 보일 때가 있다"며 "해외 투자자를 만날 때는 기술과 시장 기회를 보다 명확하고 자신감 있게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 판단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이 대표는 "결국 모든 것은 시장이 결정한다. 기술보다 더 중요한 요소일 때도 있다"며 "바람의 방향은 바꿀 수 없고, 그 흐름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현재 시장이 열렸는지, 앞으로 열릴 시장인지 판단하는 역량이 창업자에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글로벌 펀드를 계속 만들고, 펀드마다 한국 투자를 의무 조항으로 둘 계획"이라며 "한국 생태계가 글로벌로 확장되는 과정에 투자자로서 기여하겠다"고 덧붙였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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