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이소연 작가의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라는 에세이를 읽었다. 좀 오래전에 읽은 ‘메이드 인 차이나 없이 살아보기’도 떠올랐는데 옷을 사지 않고 사는 게 가능할까? 그렇다면 화장품은? 집안에 필요한 잡화는? 뭐든 사지 않고 사는 게 가능할까.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의 저자는 BBC 인터뷰에서 현재까지 7년째 옷을 사지 않고 있다고 한다. 나도 그럴 수 있을까.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책을 읽고 한 달간 양말 한짝도 사지 않았다. 앞으로 또 한 달, 두 달, 일 년간 그럴 수 있는지 나 자신을 테스트해 보기로 했다.
옷을 사지 않기로 한 첫 번째 이유는 옷을 고르는 번거로움과 시간 낭비 때문이다. 두 번째는 우울함을 해소하려는 방편이 아니었나 싶어서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옷 자체가 엄청난 쓰레기가 되기 때문이다. 이 책의 첫 문장이 바로 “옷이 몇억 톤씩 버려진대.”이다.
어릴 때는 명절이거나 입학, 졸업 때가 아니면 옷 선물을 받지 못했다. 낡거나 구멍이 나기 전까지는 버리는 일도 없었다. 언제부터 옷을 자주 샀을까. 옷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매우 짧은 주기로 만들어지는 패스트 패션 산업이 더 많은 쓰레기를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독일은 아예 옷을 버리는 쓰레기 상자를 따로 두지 않는다고 한다. 올해 일단은 옷을 사지 않기로 했고, 다음엔 또 뭘 할 수 있을까. 기후위기가 기후재앙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혼자서 뭘 한다고 상황이 바뀔 수 있을까, 소극적인 마음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조금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뭘 하기보다는 하지 않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있을지 생각해보게 된다. 쇼핑에서 해방되는 자유를 느끼게 되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강영숙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