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밥 누룩 거쳐 옹기 숙성… 깊은 술냄새 술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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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밥 누룩 거쳐 옹기 숙성… 깊은 술냄새 술술
화요 창립 22주년 여주 제2공장 르포 저압·고온 ‘감압증류’로 발효술덧 증류 증류원액 3개월 이상 옹기에 푹 익혀 주요 제조공정 자동화 스마트팩토리 ‘프리미엄 K소주’ 내세워 30개국 수출 조희경 대표 “2026년 매출 1000억 목표 술·그릇·식문화 아우른 그룹체제 전환”
지난 1일 프리미엄 증류주 브랜드 ‘화요’의 원액이 만들어지는 경기도 여주 제2공장 3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구수한 고두밥 냄새가 확 풍겨왔다. 화요는 여주 등 전국 각지에서 수확한 우리쌀 100%에 여주 지하 150m에서 용출된 암반수를 섞어 쌀을 쪄서 고두밥을 만든다. 이렇게 만든 고두밥 일부에 순수배양한 미생물을 접종해 고두밥과 섞을 쌀누룩을 제조한다.

◆감압 증류… 깔끔한 맛 구현
경기 여주시 화요 제2공장 옹기숙성실(왼쪽)과 증류실.‘감압증류방식’의 증류를 거친 증류원액은 바로 제품화되지 않고 전통 방식으로 제작된 옹기에 담겨 3개월 이상의 숙성과정을 거친다. 화요 제공 고두밥과 쌀누룩은 발효탱크에서 뒤섞여 막걸리와 유사한 발효술덧을 만들어낸다. 1·2차 발효를 거쳐 약 3주간 숙성된 발효술덧은 증류기에서 증류를 거치게 되는데, 화요는 ‘감압증류방식’으로 증류를 진행한다.

박준성 화요 생산본부장은 “감압 증류 방식은 낮은 압력, 낮은 온도에서 끓게 하는 방식으로 이를 통해 화요의 소주는 탄내를 없애고 깔끔한 맛을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류원액은 바로 제품화되지 않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제작된 옹기에 담겨 3개월 이상의 숙성을 거친다. 2층 옹기숙성실로 이동하니 이번엔 술냄새가 은은하게 풍겨온다. 숨 쉬는 그릇 옹기의 미세한 공기순환을 통해 증류 원액을 산화·안정화시켜 더욱 원숙하고 깊은 술맛을 구현할 수 있다고 한다.
조희경 화요 대표가 지난 1일 경기 여주시 제2공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화요의 역사와 비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화요 제공 2공장에는 약 300개의 옹기들이 있는데, 350~450ℓ의 다양한 크기들이다. 이는 사람이 직접 옹기를 만들기 때문에 용량이 다른 것이라고 한다. 장관호 화요 양조팀장은 “옹기들 앞면에 붙은 QR코드를 찍으면 원액 투입일, 산화 변화, 숙성 기간 등 관련 정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화요는 2004년 여주시 가남읍에 제1공장을 설립한 데 이어 창립 20주년을 맞은 2023년 12월, 동일 부지 내에 여주 제2공장을 준공하고 2024년 1월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착수했다. 연면적 약 7000㎡, 지상 4층 규모로 건설된 화요 제2공장은 증미·제국, 발효, 증류, 숙성 등 제조 공정 대부분이 자동화, 디지털화된 스마트팩토리다. 공정마다 첨단 설비들이 가동되고 있었지만 작업자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박 생산본부장은 “공장 양조팀은 8명인데, 공정마다 관리자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작업자 역할은 세척과 청소에 한정되며 계절별로 세척이 이뤄진다고 한다.

◆연매출 1000억원을 향해
경기 여주시 화요 제2공장 제품 병입 공정 모습. 화요 제공 화요의 뜻은 무엇이고, 현재 어떤 종류의 술들을 판매하고 있을까. 화요라는 이름은 ‘소주(燒酒)’의 ‘소(燒)’자를 파자해 만든 것으로, 불(火)의 정성과 존귀함(堯)의 정신을 담고 있다.

현재 화요17, 화요19金, 화요25, 화요41, 화요53, 오크 숙성 소주 ‘화요 X.Premium’ 등 다양한 제품군을 갖추고 있으며, 미국·캐나다·프랑스·동남아시아·호주 등 전 세계 30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조희경 화요 대표는 “올해 연매출 1000억원을 목표했지만 아쉽게 달성하지 못했다”며 “2026년에는 1000억원을 달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요는 대한민국 증류주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도 본격화한다. 내년 상반기에는 화요 원액을 활용한 하이볼 타입 RTD(Ready to Drink) 제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세계 시장에서 통용 가능한 증류주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지식재산권(IP) 기반 협업을 확대하고 다양한 소비 접점에서 브랜드 존재감을 지속적으로 높여갈 계획이다.

◆화요그룹 체제 공식 선언

화요는 이날 창립 22주년을 맞아 화요그룹 체제를 공식 선언했다. 창업주 조태권 회장의 세 자녀가 프리미엄 식문화 플랫폼 ‘가온소사이어티’(장녀), ‘화요’(차녀), 도자 브랜드 ‘광주요’(삼녀)를 이끈다.

화요는 광주요와 가온소사이어티의 역량을 화요로 통합해 술을 중심으로 그릇과 식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 브랜드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조태권 회장은 지난 11일 평생의 사명으로 삼아온 ‘문화보국(文化保國)’의 철학적 성찰을 집약한 회고록 ‘꿈은 기억보다 오래 남는다’를 발간하기도 했다. 조 회장은 도자기, 한식, 증류주라는 세 가지 축을 통해 한국 문화의 본질을 지키고 확장해 온 30년의 여정과 그 속에서 길어 올린 사유를 담았다.

조 회장은 “이 회고록은 단지 한 기업가의 성공담을 넘어 힘겨운 시대를 묵묵히 걸어가는 모든 이들에게 건네는 따스한 위로와 용기의 언어라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며 “오랜 시간 적자와 사업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한결같이 꿈을 지켜온 ‘백발 청년’의 경험이 많은 이들에게 꿈을 포기하지 않는 용기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여주=김희정 기자 h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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