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케미칼이 여천NCC 3공장 폐쇄를 포함한 정부 주도 석유화학 구조재편 대응과 관련해 전면적인 책임 경영 방침을 공식화했다. 여천NCC 대주주인 DL케미칼은 원가 보전 강화와 에틸렌 생산능력 감축을 전제로 자사 다운스트림 사업 규모까지 재편하고, 고용과 재무 안정성 확보에도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DL케미칼은 15일 여천NCC와의 원료공급계약 체결 여부와 함께 정부의 나프타분해시설(NCC) 감축 기조, 여천NCC 구조혁신 방향성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회사는 외부 원료가격 컨설팅 결과에 대해 "현실을 정면으로 직시한 출발점"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채권단과 정부가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의 더 강한 안전장치와 공동 책임 구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은 여천NCC와의 19년 장기공급계약이 종료된 이후 1년여간 원료 가격 협상을 이어왔다. DL케미칼은 그동안 원료가격 해석을 둘러싼 이견으로 신뢰가 흔들렸지만, 이제는 합의된 기준 위에서 계약과 경영 논의를 진행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준점이 생겼다고 해서 구조적 위험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며 추가 보완 필요성을 강조했다.
여천NCC 이사회는 지난 12일 오후 늦게 양 주주사와의 원료공급계약을 매듭지었다. 계약 기간은 올해 1월1일부터 2027년 12월31일까지다. 기존과 비교해 기간이 3년으로 확 짧아졌다. 구체적인 가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국제 시장지표 및 원가 기반 산식을 적용해 산정했다.
DL케미칼은 주주이자 원료 수급자인 입장에서 NCC 원가 보전 비중 확대가 구조혁신안에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밝혔다. 자구 노력이 항상 계획대로 달성된다는 보장이 없는 만큼, 시황과 리스크를 반영해 적자를 보지 않게끔 주주사가 노력해야 한다는 취지다. 2025년 여천NCC 실적이 최초 경영계획(BEP 수준) 대비 약 3000억원 이상 악화한 데다, 두 번째 증자 이후 4분기로 갈수록 손익이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NCC 감축과 관련해서는 정부 방침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주주사 포트폴리오를 과감히 재편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DL케미칼은 에틸렌 기준 감축 옵션에 따라, 3공장보다 규모가 큰 대형 공장 1기 셧다운을 통한 공급 조절이 수익성 측면에서 더 합리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여천NCC의 생산능력은 에틸렌 기준 1공장 90만t, 2공장 91만5000t, 3공장 47만t 규모다.
이에 따라 수익성이 낮고 구조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다운스트림 제품군은 단계적으로 정리하고, 일부 설비는 스크랩하거나 고부가 제품 생산을 위해 재배치할 계획이다. 축소된 생산능력 하에서도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개발(R&D) 역량은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DL케미칼 관계자는 "NCC 감축 이후의 시대에서 다운스트림 고부가화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 조건"이라며 "이는 정부의 산업 재편 기조이자 여수산단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주주사로서의 시장성 조달책임과 고용 안정 의지도 재확인했다. DL케미칼은 구조혁신 과정에서 필요한 시장성 조달에 대한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하고, 생산시설 감축에 따른 잉여 인력은 내부 재배치를 우선하되 추가 인력이 발생할 경우에도 최대한 고용 안정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모든 자구 노력 이후에도 시황이 예상보다 악화해 여천NCC에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경우, 주주로서 추가 금융 지원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종현 DL케미칼 부회장은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지 않겠다"며 "원가 보전, 비즈니스 재편, 고용, 재무까지 함께 책임지는 파트너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어 "업계와 지역사회, 채권단이 안심할 수 있을 때까지 우리가 먼저 한 걸음 더 나아가겠다"고 덧붙였다.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 2026년 사주·운세·토정비결·궁합 확인!
▶ 한 해 총정리, 2025 핵심 이슈 테스트! ▶ 하루 3분, 퀴즈 풀고 시사 만렙 달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