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우 비자코리아 전무가 1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여신금융포럼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정윤영 기자]“디지털 세상에서는 퍼스트 무버 어드밴티지(first mover advantage)가 극대화됩니다. 스테이블코인과 같은 새로운 디지털 형태의 서비스는 기존 결제와 송금시장에 예상보다 훨씬 빠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
1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2026 여신금융업 전망 및 재도약 방향’을 주제로 한 여신금융포럼에서 유창우 비자코리아 전무는 이같이 말하며, 스테이블코인 확산 국면에서 초기 선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유 전무는 그 이유로 소비자 행동 변화와 초기 진입 효과를 꼽았다. 그는 한 카드에 여러 통화를 충전해 사용할 수 있는 ‘멀티커런시(Multi-Currency)’ 카드 사례를 언급하며 “지난해 소비자 조사 결과, 더 나은 혜택에도 불구하고 60% 이상의 이용자가 시장에서 가장 먼저 출시된 상품을 계속 사용하겠다고 답했다”며 “디지털 시장에서는 선점 효과가 더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테이블코인의 확산 속도 역시 초기 시장 진입의 중요성을 뒷받침한다. 비자 자체 분석에 따르면 올해 스테이블코인 거래 규모는 약 50조 달러에 달한다. 다만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트레이딩봇이나 스마트 계약에 따른 반복 거래로, 비자는 실질적인 정상 거래 규모를 연간 약 10조1000억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이 중 개인 간(P2P) 거래는 약 640억달러 수준이다. 유 전무는 “절대 금액만 보면 아직 크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2020년 약 250억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5년 만에 30배 이상 성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변화가 카드사에 위협인지 기회인지에 대해 유 전무는 “관점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 활용 영역을 △결제 수단 공급(발행·인프라 연계) △결제 인프라 지원 △고객 접점에서의 결제 서비스로 구분하며, 카드사와 핀테크 모두 규제 불확실성 속에서도 예상보다 빠르게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아울러 그는 향후 스테이블코인의 비용 절감, 처리 속도 개선, 프로그래머블 머니(스마트 계약 등 내재 규칙에 따라 자동 거래가 실행되도록 설계된 디지털 화폐) 기반 결제 등 기술적 강점과 기존 카드 결제가 가진 범용성·편의성이 결합되는 방향으로 결제 산업이 진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블록체인과 전통 결제망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시임리스(seamless)’ 역량이 카드사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주경제=정윤영 기자 yuniejung@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