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오의 볼륨미학]승모근 관리하면 얼굴이 작아진다? ‘작은 얼굴 미학’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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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오의 볼륨미학]승모근 관리하면 얼굴이 작아진다? ‘작은 얼굴 미학’의 변화
한국에서 ‘작은 얼굴’은 단순한 외모 요소를 넘어 하나의 미적 언어에 가깝다. 사진을 찍을 때도, 옷을 고를 때도, 헤어스타일을 바꿀 때도 기준이 된다. 얼굴형 자체보다 얼굴이 차지하는 비율, 더 정확히는 몸 대비 얼굴의 크기가 중요해진 것이다.

이 집착은 오래됐다. 한때는 괄사가 유행했고, EMS 마사지기와 림프 순환 홈케어 기기들이 쏟아졌다. 이중턱을 가려주는 메이크업 테크닉, ‘독소를 빼준다’는 각종 마사지법도 있었다. 얼굴을 직접 만지고, 자극하고, 줄이려는 시도가 중심이었다.

하지만 요즘 흐름은 조금 다르다. 얼굴을 아무리 만져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체감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최근 미용 트렌드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얼굴 아래 구조로 시선이 이동했다는 점이다. 목, 어깨, 쇄골,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승모근이다. 얼굴은 그대로인데, 어깨선이 바뀌자 얼굴이 달라 보인다는 경험담이 늘었다.

사실 이는 착시가 아니다. 승모근은 목과 어깨를 연결하는 큰 근육으로, 과도하게 발달하면 목이 짧아 보이고 어깨가 위로 말리며 얼굴이 상대적으로 커 보이는 구조를 만든다. 반대로 승모근의 볼륨이 정리되면 목선이 드러나고, 얼굴의 하단 경계가 또렷해지면서 전체 비율이 달라진다.

이 지점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방법이 보톡스다. 실제로 승모근 보톡스는 근육 사용을 줄여 볼륨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다만 한계도 분명하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효과가 사라지고 반복 시술이 필요하다. 개인에 따라 내성 문제를 호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맞아야 유지되는 관리’라는 부담이 따라온다.

그래서 최근에는 승모근을 단순히 마비시키는 방식이 아닌, 구조적으로 조정하는 접근이 논의된다. 흔히 말하는 ‘승모근 축소술’이다. 이 시술은 근육을 무작정 줄이는 개념과는 거리가 있다. 핵심은 얼마나 줄이느냐가 아니라 어디를 어떻게 남기느냐에 가깝다.

중요한 전제는 진단이다. 승모근이 두꺼워 보이는 이유가 모두 근육 발달 때문은 아니다. 지방층, 자세 문제, 긴장성 비대가 섞여 있는 경우도 많다. 초음파로 근육의 두께와 구조를 먼저 확인하지 않으면, 원하는 변화는커녕 불편감만 남을 수 있다.
또 하나는 선택성이다. 승모근 전체를 일괄적으로 줄이면 어깨 힘이 약해지거나 일상 동작에서 어색함을 느낄 수 있다. 신경 스캐너 등을 활용해 실제로 과도하게 작용하는 부위만 정밀하게 조정해야 한다. 그래야 목선은 길어지고, 어깨는 자연스러운 각을 되찾는다.

결국 승모근 관리는 ‘작은 얼굴’을 만들기 위한 꼼수가 아니라, 체형의 균형을 재조정하는 과정에 가깝다. 얼굴만 보던 시대에서, 이제는 얼굴을 둘러싼 구조 전체를 보는 시대로 넘어온 셈이다.

미의 기준은 늘 진화한다. 한때는 얼굴을 줄이기 위해 얼굴만 만졌고, 지금은 얼굴을 살리기 위해 몸의 라인을 본다. 그 변화의 중심에, 조용히 승모근이 자리 잡고 있다.

한승오 볼륨성형외과 원장, 정리=정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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