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룬드대 에밀리 소네스테트 교수 연구팀은 고지방 치즈와 고지방 크림을 자주 섭취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장기적으로 치매에 걸릴 위험이 낮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해당 연구는 미국신경학회(AAN)가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신경학(Neurology)’ 12월 18일자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평균 연령 58세의 스웨덴 성인 2만7670명을 대상으로 식습관과 치매 발병 간 연관성을 25년간 추적 관찰했다. 참가자들은 7일간의 식사 일지를 작성하고, 특정 유제품을 얼마나 자주 섭취했는지와 조리 방식 등을 상세히 기록했다. 추적 기간 동안 총 3208명이 치매 진단을 받았다.
픽사베이 분석 결과 지방 함량 20% 이상인 고지방 치즈를 하루 50g 이상 섭취한 사람은 하루 15g 미만 섭취한 사람보다 전체 치매 발병 위험이 13% 낮았다. 특히 혈관성 치매 위험은 29% 감소했다.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치매 위험 변이 유전자(ApoE-e4)를 보유하지 않은 집단에서 고지방 치즈 섭취 시 발병 위험이 유의미하게 낮아졌다. 고지방 크림 역시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지방 함량 30% 이상인 크림을 하루 20g 이상 섭취한 사람은 전혀 섭취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치매 위험이 16% 낮았다. 일부 분석에서는 혈관성 치매 위험 감소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
반면 저지방 치즈와 크림, 고·저지방 우유, 요구르트 등 발효유에서는 치매 예방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다. 버터의 경우 하루 40g 이상 섭취한 집단에서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오히려 높게 나타났다는 결과도 포함됐다.
연구팀은 이같은 차이가 지방 함량 자체뿐 아니라 치즈에 포함된 특정 영양소와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나타났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비타민 K2처럼 지방에 용해돼 흡수되는 영양소가 뇌혈관의 칼슘 침착을 억제하고 신경세포 보호에 기여했을 수 있다”며 “저지방 제품에서는 이러한 효과가 약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소네스테트 교수는 “그동안 고지방 유제품은 건강에 해로운 식품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 연구는 모든 유제품이 동일하지 않으며 일부 고지방 유제품은 뇌 건강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번 연구는 관찰 연구로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은 아니며, 연구 대상이 스웨덴인에 한정돼 있어 다른 인구 집단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승우 온라인 뉴스 기자 loonytun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