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도 도쿄 인근을 진원으로 하는 강진 발생 시 최대 1만80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정부 추산이 나온 것을 계기로 일본유신회가 자민당과 연립정부 구성의 절대 조건으로 내건 ‘부(副)수도 구상’에 속도가 나고 있다.
22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오사카부와 오사카시는 23일 오사카의 부수도화를 정부에 공식 건의할 예정이다. 정부 출장소가 입주할 수 있는 합동청사 건설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요시무라 히로후미 유신회 대표 겸 오사카부 지사는 최근 “수도 기능을 분산해 경제를 지탱하는 부수도가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자민당·유신회 양당은 내년 5월 통상국회 때 법안 제출을 목표로 실무 협의체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일본 오사카 도톤보리 모습. EPA연합뉴스 다만 유신회는 도쿄 23구와 같은 ‘특별구’가 설치된 지역을 부수도 지정 요건으로 삼고자 해 반발을 사고 있다. 특별구 설치는 법적으로 ‘정령시(한국 광역시와 유사한 개념)와 인접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해 인구 200만명 이상인 지역’이 대상이다. 오사카와 요코하마, 나고야 정도만 해당한다. 오사카가 과거 두 차례 주민투표 부결로 좌절된 ‘오사카도(都) 구상’ 실현을 위해 부수도 구상을 끌어들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자민당 고위 관계자는 지지통신에 “이래서는 오사카로 답을 정해 놓은 셈이어서 다른 당이 찬성해주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약속했던 ‘의원 정수 축소’가 다음 회기로 밀리면서 노출된 연정 내 균열이 부수도 구상 관련 이견으로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대목이다.
부수도에 관심을 가진 도시가 늘어나는 점도 변수다. 다카시마 소이치로 후쿠오카 시장은 “난카이 대지진 발생 시 동시 재해 위험이 가장 적은 대도시는 후쿠오카”라고 말했고, 사이타마시도 의욕을 보이고 있다. 노보루 히데키 메이조대 명예교수는 요미우리에 “재해 시 수도 기능의 백업이라면 오사카보다 후쿠오카가 낫고, 수도 기능을 분산시킨다면 여러 도시로 나누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도쿄=유태영 특파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