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농구 레전드 김정은, 우승 라스트 댄스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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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농구 레전드 김정은, 우승 라스트 댄스 꿈꾼다
2005년 신세계 입단해 프로 시작 통산 601경기 최다 출전 새 역사 이미 은퇴 예고… 19경기만 남아 만년 하위권 하나은행 선두 질주 김 “좋은 성적 내서 보답하고파”
“601경기를 뛰었다는 생각보다는, 이제 19경기밖에 안 남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부천 하나은행 김정은(38·사진)이 여자프로농구의 전설로 남을 대기록을 작성하고 남긴 말이다. 김정은은 지난 21일 부천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시즌 정규리그 아산 우리은행과의 경기에서 1쿼터 종료 4분12초 전 교체로 코트를 밟으며 통산 601번째 경기에 나섰다. 종전 임영희 우리은행 코치가 가지고 있던 600경기를 뛰어넘는 여자프로농구 통산 최다 출전 신기록을 쓰는 순간이었다.

1987년생 김정은은 2005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하나은행의 전신인 신세계에 입단해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우리은행을 거쳐 다시 친정으로 복귀할 때까지 20년 이상 철저한 자기 관리가 없었다면 세울 수 없었던 기록이었다.

이 대기록이 더욱 뜻깊은 것은 김정은에게 이번이 선수생활 마지막 시즌이기 때문이다. 시즌을 시작하기 전 이미 은퇴를 예고한 김정은은 “신세계 때부터 하나은행 창단했을 때 그리고 우리은행에서 (우승으로) 명예회복을 하고 다시 여기 친정팀에 돌아온 것, 모든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면서 “이제 19경기가 남았다. 매 순간 진심으로 뛰려고 한다”고 의욕을 보였다.

김정은이 이런 욕심을 내는 것은 지난 시즌 최하위였을 뿐 아니라 만년 하위권인 하나은행이 선두를 내달리고 있어 멋진 ‘라스트 댄스’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리그 통산 득점도 1위인 김정은은 그간 타이기록을 쓰거나 대기록 경신을 해낸 경기에서 팀이 대패한 경험이 많았다. 전력이 약한 탓이었다. 김정은이 잠시 우리은행으로 이적한 것도 우승 반지를 갖고 싶었던 열망 때문이다.

하지만 최다출장 기록을 쓴 이날 경기에서 20점을 넣은 박소희 등 후배들이 만점 활약을 펼치며 4연승 중이던 우리은행을 61-53으로 물리치고 김정은에게 성대한 잔칫상을 차려주는 등 이번은 다른 분위기다. 어쩌면 친정팀에서 우승이라는 큰 상과 함께 화려하게 선수생활을 마감할 수 있다는 기대를 부풀게 하고 있다.

김정은은 “진짜 잘 마무리하고 싶다. (2023∼2024시즌에) 내가 하나은행에 와서 창단 처음으로 플레이오프에 올라갔다. 이번엔 조금 더 좋은 성적을 내서 보답하고 은퇴하는 게 마지막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 620경기 출장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 한편으로 김정은은 고마운 사람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바로 대기록을 세운 날 축하 꽃다발을 직접 전해준 임 코치였다.

김정은은 “600경기 치르면서 제일 생각난 사람은 가족도, 팬도 아니고 임 코치님이었다”면서 “임 코치님은 (현역 때) 나보다도 운동을 많이 했다. 그 성실함이 나에게 영감을 줬다. (열심히 하는) 우리은행의 문화를 임 코치님이 만들었다. 언니가 한 것처럼, 나도 하나은행에서 그런 문화를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송용준 선임기자 eidy01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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