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호의 영화 속 건강이야기] 방직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손가락 통증... 이렇게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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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호의 영화 속 건강이야기] 방직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손가락 통증... 이렇게 치료
칸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과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골든글로브 시상식 비영어작품상 후보에 올랐던 화제작 ‘바늘을 든 소녀’가 드디어 국내에 개봉했다.

이번 영화는 1913년부터 1920년 사이 최소 9명의 어린이를 죽인 것으로 추정되는 덴마크의 ‘다그마르 오베르뷔 유아 연쇄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해 만들어진 작품이다. 칸영화제 첫 상영 당시 수많은 해외 언론과 평단을 충격에 몰아넣으며 국내 영화 팬들의 관심을 불러모았던 작품이었다.

영화는 1919년 덴마크, 세계대전에 징집된 남편이 행방불명된 상태에서 사실상 과부로 공장에서 일하는 카롤리네(빅토리아 카르멘 손느)를 보여주면서 시작된다. 카롤리네는 남편의 부재로 가세가 기울자 생활고에 시달린다.

이에 연민을 느낀 공장주는 자신에게 기대도 된다고 위로를 건넨다. 결국 이들은 연인으로 발전하고 카롤리네는 공장주의 아이를 갖게 된다. 하지만 공장주 어머니의 반대로 결혼은 성사되지 못한다.

좌절한 카롤리네는 바늘로 낙태를 시도하다 실패하고 우연히 만나 도움을 받은 다그마르(트린 디어홈)라는 여성을 찾아간다. 다그마르는 사탕가게를 운영하며 원치 않게 태어난 아이들을 입양해 보내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카롤리네의 아이를 구원해줄 것처럼 보였던 다그마르의 손길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위험해진다.

이번 영화는 스릴러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모든 장면을 흑백 미장센으로 구성한 것이 눈에 띄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마치 1950년대 흑백 영화를 보는 기분과 함께, 1919년 전쟁 직후 유럽의 어둡고 절망적인 시대 모습이 효과적으로 전달됐다.

아울러 힘든 일상을 살아가는 카롤리네의 모습을 당시 군수물품 방직 공장 직원으로 연출함으로써, 주인공의 지친 일상을 더 극대화 한 것으로 보여졌다. 변화 없이 반복적인 업무만 수행하는 그녀를 보여주며 희망 없는 일상을 그리는 듯 했다.

뿐만 아니라 현재 상황에 체념한 듯 영혼 없이 방직업무를 수행하는 그녀의 손가락 건강이 우려되기도 했다. 천을 짜기 위해 반복적으로 손가락 힘을 이용해 실을 당기고 기계에 밀어 넣는 모습에서 손가락 부담이 클 것으로 보였다. 특히 손가락 통증을 일으키는 대표적 질환인 ‘방아쇠수지증후군’에 대한 생각이 가시질 않았다.
해당 증후군은 손가락에 강한 힘이 가해지거나 같은 동작을 반복할 경우, 손가락 힘줄과 이를 감싸는 막(건초)에 염증이 생겨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손가락을 구부릴 때 나는 ‘딱’ 소리가 방아쇠를 당기는 것과 비슷해 해당 이름이 붙여졌다. 주요 증상으로는 손가락 힘줄 부위가 붓고, 기상 직후 손가락을 구부리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것 등이 있다. 또한 손가락과 손바닥이 연결된 힘줄 부위에 국소 통증이 나타나고 심해지면 단단한 결절이 만져지거나 손가락이 구부러진 상태에서 펼 수 없게 된다.

다행히 방아쇠수지증후군 치료법은 다양하며 그 중 한의학에서는 침·약침 등 한의통합치료로 관련 증상을 호전시킨다. 구체적으로 침 치료는 손가락 주변 인대와 근육 긴장을 이완시키고 통증을 완화한다. 순수 한약재 성분을 인체에 주입하는 약침 치료는 통증을 일으키는 염증을 해소하고 손상된 힘줄과 주변 조직의 재생을 돕는다.

특히 근골격계 질환 치료에 널리 이용되는 '신바로 약침'은 방아쇠수지증후군 증상 완화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대한한방내과학회지에 게재된 자생한방병원 논문에 따르면 방아쇠수지증후군 환자에게 3주간 신바로 약침 치료를 진행한 결과, 환자 통증숫자평가척도(NRS; 0~10)가 치료 전 8(매우 심한 통증)에서 치료 후 1(미미한 통증)로 크게 감소했다.

스마트폰 사용으로 현대인들의 손가락 관절에 지속적인 부담이 가해지는 상황 속에서 미세한 손 작업을 요하는 업무나 취미생활 등은 관련 압박을 더 가중시킬 수 있다. 이에 손가락 관절 통증이 지속된다면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해당 부위를 풀어주거나 의료기관을 방문해 전문적 치료를 병행하길 권한다.

이진호 자생한방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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