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한국 스포츠를 떠올릴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뜨거운 프로야구의 열기다. 2024시즌 프로야구가 국내 프로 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단일 시즌 1000만 관중 시대를 열었을 때만 해도 이것이 최선의 결과일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프로야구는 2025년에도 흥행 돌풍을 이어가며 정규시즌에만 1231만2519명의 관중이 찾아와 지난해 기록을 가뿐하게 뛰어넘고 한국 최고 인기 스포츠의 위상을 굳건히 했다.
올해 프로야구는 전체 경기수의 약 46%인 331경기가 매진됐다. 한 경기 평균 관중은 1만7101명으로 역대 최다였고, 좌석 점유율은 무려 82.9%를 찍었다. 평일에도 만원 관중이 들어차는 경우가 흔해질 만큼 연일 구름 관중이 몰리면서 암표 문제가 사회 이슈로 대두하고 있을 정도다.
2025 시즌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 만원 관중이 들어차 있다. 올해 프로야구는 1200만 관중을 동원하는 흥행 대박을 터뜨린 가운데 LG가 2년 만에 통합 우승을 차지하며 막을 내렸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삼성이 올 시즌 홈 관중 164만174명을 기록해 2024년 LG가 세운 한 시즌 홈 최다 관중 기록(139만7천499명)을 24만명 이상 경신했다. 2006년 이후 19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한화의 흥행 열풍도 대단했다. 한화는 정규시즌 홈 73경기 중 62경기에서 매진을 기록했고, 좌석점유율 99.3%라는 믿기 어려운 수치를 찍으면서 역대 구단 한 시즌 최다 홈 관중(123만1840명)을 모았다. 올해 새로 개장한 한화생명볼파크의 좌석수가 1만7000석밖에 되지 않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포스트시즌 역시 16경기가 모두 매진되며 흥해 열기가 이어졌다. 역대 단일 포스트시즌에서 전 경기 만원 관중은 2010년과 지난해에 이어 올해가 세 번째다.
역대급 흥행 속에 챔피언의 영광은 LG가 가져갔다. 2023년 29년 만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품었던 LG는 2년 만에 다시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모두 제패하는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LG는 2020년대 들어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두 차례 우승을 차지하며 ‘2020년대 최강팀’으로 자리매김했다. 긴 안목으로 장기레이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한 염경엽 감독의 지도력과 신구 조화를 통한 폭넓은 선수층을 구축하며 뒤를 받친 구단 프런트가 만든 합작품이다. 계약 기간 3년 중 두 차례 통합 우승을 달성한 염 감독은 역대 프로야구 사령탑 최고 금액인 3년 최대 30억원에 LG와 재계약했다.
LG 선수들이 2025시즌 통합우승을 차지한 뒤 염경엽 감독을 헹가래 치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비록 한국시리즈에서 LG에 패해 우승의 꿈을 이루지 못한 한화는 외국인 투수 코디 폰세의 투수 4관왕 달성을 위안으로 삼을 만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와 일본을 거쳐 한국에 온 폰세는 한 시즌 동안 한국프로야구 역사를 바꿨다. 개막 이후 선발 최다 연승(17연승) 신기록을 세우는 등 정규시즌 29경기에서 17승1패, 평균자책점 1.89, 252탈삼진을 기록한 폰세는 승률(0.944),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등 투수 부문 4개 타이틀을 독식했다. 2021년 아리엘 미란다(당시 두산)의 단일 시즌 최다 탈삼진(225개) 기록도 훌쩍 넘겼다. 당연히 KBO리그 최우수선수(MVP)와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도 폰세의 차지였다. 한화 선수가 정규시즌 MVP를 차지한 것은 2006년 류현진 이후 19년 만이다. 강렬한 인상을 남긴 폰세는 MLB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계약기간 3년, 총액 3000만달러(443억원)에 계약하며 KBO리그 역수출 선수 가운데 최고 몸값을 기록하며 빅리그로 돌아갔다. 폰세 외에도 한화의 라이언 와이스가 휴스턴 애스트로스, SSG 드루 앤더슨이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각각 계약하며 역수출 신화 대열에 합류했다.
2025년 프로야구에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올해 3월29일 창원NC파크에서는 경기 도중 무게 60㎏짜리 구조물이 구장 벽에서 아래로 떨어져 여성 관중 3명을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머리를 심하게 다친 20대 여성은 치료받던 중 이틀 만에 세상을 떠났다. 관객이 야구장 시설 안전 불감증으로 인한 사고 때문에 세상을 떠난 이 사건은 야구계에 큰 충격을 줬다.
폰세(왼쪽부터), 와이스, 앤더슨. 창원NC파크는 긴급 정밀 안전 점검에 들어갔다. NC 선수단은 여파로 두 달이나 홈구장에서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또한 KBO리그 다른 구장도 안전 점검을 진행하는 등 경기장 안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또한 사고 이후 창원시와 창원시설공단이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가 거센 비판을 받았다. NC 구단은 연고지 이전도 검토한다는 강경자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사고 원인 파악과 책임 소재 규명은 해를 넘기게 됐다. 송용준 선임기자 eidy015@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