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해외주식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를 유인하기 위한 세제혜택을 내놨지만, 투자자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통상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는 해외주식을 세제혜택 때문에 포기하기 어렵다는 반응과 함께 국내시장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선 역차별이란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2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내 투자·외환 안정 세제 지원 방안’은 해외주식에 투자한 개인투자자가 국내로 투자금을 옮기거나, 선물환 매도(환헤지)를 하는 경우 세제혜택을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23일까지 보유하고 있던 해외주식을 매각한 뒤 원화로 환전해 ‘국내시장 복귀계좌’(RIA)에 일정기간 투자할 경우 해외주식 양도소득세를 한시적으로 감면해주는 것이 골자다. 감면 혜택은 복귀 시기가 빠를수록 높아지는데, 내년 1분기에 복귀하면 100%, 2분기에는 80%, 하반기에는 50%로 비과세 혜택을 줄여나가는 식이다.
개인투자자의 선물환 매도(환헤지)에 대한 세제 지원도 마련한다. 주요 증권사가 ‘개인투자자용 선물환 매도 상품’을 출시하도록 지원하고, 지난 23일까지 보유한 해외주식에 대해 환헤지를 실시하면 환헤지 상품 매입액의 5%를 해외주식 양도세 계산 시 추가 공제하는 방식이다.
정부가 내놓은 지원방안은 해외에 묶인 달러 자산을 원화 시장으로 끌어오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원·달러 환율이 1480원대까지 치솟자, 달러 시장으로 빠져나간 투자금을 원화 시장으로 유인하려는 것이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개인투자자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세제혜택을 받기 위해 투자금을 회수하기엔 미국 주식이 안정적이라는 인식도 작용하고 있다. 미국 주식에 투자한 공모(35)씨는 “애초에 미국 주식은 장기투자인 경우가 많은데, 한시적 세제혜택 때문에 국내로 들여오진 않을 것 같다”며 “더구나 미국 대장주들의 전망도 나쁘지 않아서 이걸 포기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모(37)씨는 “관건은 국내 주식의 매력도”라며 “국내 주식이 전고점을 찍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상승을 기대하고 투자금을 넣기는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선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초 미국주식에 투자하는 것 자체가 양도소득세 부과를 감안하는 것인데, 여기에 혜택을 주는 것이 ‘역차별’로 느껴진다는 반응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직장인 A씨는 “미국 주식에 대한 양도세 부담이 있어서 국내주식에 투자했던 것인데, 이런 세제혜택을 준다면 국내주식에 투자한 개미들만 바보가 된 것 같다”며 “‘양반집 종이 낫다’고 미국 주식에 투자하면 이런 대우를 받는구나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투자자 B씨도 “정부 대책을 보고 달러 자산의 가치를 새삼 느꼈다”며 “단기적으론 환율이 안정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론 달러 자산 선호를 부추기는 측면도 있을 것 같다”고 비판했다.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서울외환시장의 원·달러 환율은 이날 오후 3시30분 종가 기준 1440.3원에 거래를 마치며 당국의 개입 효과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외환당국은 지난 24일 세제 지원 방안과 함께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정책 실행 능력을 곧 확인하게 될 것”이라는 강고 높은 경고 메시지를 내놨다.
세종=권구성 기자 k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