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종안 수립 단계인 탈플라스틱 종합대책에 ‘빨대 원칙적 사용 금지’를 담았다. 앞으로 카페에선 종이빨대조차 쓸 수 없고, 버블티 등 빨대가 반드시 필요한 음료수조차 노약자가 아니면 빨대 없이 마셔야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이에 대해 ‘요청 시’ 어느 고객이든 사용할 수 있고, 버블티 등 일부 음료 특성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23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탈플라스틱 종합대책 대국민 토론회를 열고 탈플라스틱 종합대책 정부안을 발표했다. 시민들이 가장 피부로 느끼는 부분은 카페 등 식품 접객업에서 쓰이는 컵, 그리고 빨대였다. 정부는 앞서 플라스틱 빨대 퇴출을 위해 종이빨대 사용을 강제했지만, 소비자들의 불편 등 부정적 반응이 따랐다. 이어 종이 빨대가 실제 환경에 더 피해를 끼친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울 시내 한 카페에 일회용 빨대와 컵이 가득 놓여있다. 뉴시스 갑론을박이 나온 끝에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번 종합대책에서 빨대의 사용을 재질 불문하고 원칙적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업무보고를 통해 “원칙적으로 매장 안에서는 안 쓰게 하고, 꼭 필요한 노약자 등에게만 일시 지급을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기후부는 이에 대해 자유롭게 비치해 둔 현재와 달리 고객이 ‘요청 시’ 제공하고, 노약자 여부는 상관없다고 답했다. 빨대를 사용해야만 하는 고객들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모두 분류할 순 없기 때문이다. 김고응 기후부 자원순환국장은 “건강 취약계층은 당연히 허용한다. 슬러시, 버블티 등 빨대가 없으면 취식할 수 없는 음료들도 있다. 반드시 빨대를 받아야 하는데 매번 고객이 빨대를 요청할 수는 없다. 차후 예외적 기준을 업체와 협의해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기후부 관계자는 “빨대 사용을 원천적으로 줄이는 게 기본 방향은 맞다. 다만 보건복지부나 취약계층 관련 단체에서 빨대가 반드시 필요한 분들이 계시다고 요청했다. 규제는 카페나 식당뿐 아니라 집단 급식소까지도 법적 대상이 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현장에서 예외 대상을 구분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또 특정 음료가 아니더라도 빨대 필요성을 다르게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대상을 제한하는 대신) 요청이라는 허들을 설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설명은 ‘원칙적 금지’지만, 실제로는 고객과 점포가 빨대를 두고 불편함이 늘어나는 정도의 차이만 발생한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23일 탈플라스틱 대국민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23일 탈플라스틱 종합대책 대국민 토론회에 참석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뉴스1 조금 불편한 정도로 빨대 사용이 줄어들진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다만 ‘불편함’만으로도 충분한 유인이 될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국제 폐기물 연구단체(IWWG)가 발행하는 공식 학술지 디트라이터스 저널의 2018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루이스오비스포 시에서 ‘요청 시에만 빨대를 제공하는’ 조례를 시행한 결과 빨대 소비량이 평균 3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참여 업체의 42.5%가 조례 시행 후 매출에 큰 영향이 없었고, 21.3%는 빨대 구매 비용을 줄이는 긍정적 효과도 얻은 것으로 확인됐다. 기후부는 빨대 제공 원칙을 포함해 탈플라스틱 종합대책에 대해 업계 등 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안을 수립할 예정이다.
차승윤 기자 chasy99@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