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 한계 드러난 스튜어드십코드…실효성 논란 넘을까[why&n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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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업계 자율에 맡겨온 '스튜어드십코드'를 9년 만에 손질하고 나선 배경에는 가입 기관 수 확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실효성 논란이 깔려 있다. 특히 '코스피 5000시대'를 내건 이재명 정부로서는 스튜어드십코드 강화를 통해 기관투자가의 책임 있는 투자를 유도함으로써 기업가치 제고 등 자본시장 개혁에 한층 드라이브를 걸어야만 하는 상황이다.


29일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기관에 따르면 전날 공개된 '스튜어드십코드 내실화 방안'은 정기적인 이행 점검 절차 도입, 결과 공시 등을 통해 기관투자가들의 수탁자 책임 이행 실효성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기존에는 주식으로 한정됐던 스튜어드십코드 적용 자산 역시 채권·부동산 등 모든 자산으로 확대됐다. 2016년 12월 도입된 스튜어드십코드는 기관투자가가 자산 운용 과정에서 수탁자 책임을 다하도록 한 민간 자율 규범이다.


"실효성 부족…자본시장 변화 반영 못 해 " 지적 잇따라

스튜어드십코드를 둘러싼 실효성 논란이 지적된 것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도입 후 참여기관 수가 249곳까지 확대되는 양적 성과가 있긴 했으나, 지난 11월 말 기준 주주활동 이행내역을 공시한 곳(23곳)은 전체의 10%에도 못 미쳤다. 참여 여부는 물론, 이행 수준까지 전적으로 기관 판단에 맡기다 보니 이행 점검체계가 부재해 핵심 원칙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대부분의 참여기관이 수탁자 책임 활동을 체계적으로 공시하지 않고 있고 의결권 행사 역시 형식적 공시에 그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면서 "스튜어드십코드 참여기관 또는 참여예정기관으로 공표만 하고 실제로 활동하지 않는다면, 고객과 수익자의 자산을 관리하는 수탁자로서 책임을 이행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1월 말 기준으로 참여 예정인 55곳 중 1년 이상 '예정' 상태인 기관도 무려 51곳에 달한다.


여기에 2016년 도입 후 단 한 차례 개정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 역시 자본시장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는 영국, 일본 등에서 이미 세 차례 이상 개정이 이뤄졌다는 점과 대조적이다. 특히 일본의 경우 자본시장 개혁 성과를 논할 때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이 핵심 요인으로 언급될 만큼 자본시장 발전에 주요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황 연구위원은 "자본시장 선진화와 기업 밸류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관투자가의 책임 있는 투자를 유도하는 스튜어드십 코드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개편안 살펴보니…ESG 넣고 자산범위 넓히고, 왜?

이번 개편에 따라 내년부터 참여기관이 12개 항목에 대해 자체 보고서를 작성하고 스튜어드십 코드 발전위원회가 이를 검토·의결하는 이행 점검 절차가 도입된다. 2026년 자산운용사와 연기금을 시작으로 2027년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보험사, 2028년 증권사·은행·투자자문사, 2029년 벤처캐피털(VC)과 서비스 기관까지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특히 '기업가치 제고 관여활동'이 별도 점검 항목으로 신설돼 기관투자가들이 투자 기업의 주주환원 확대 등을 위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관여했는지도 공개된다.


글로벌 기준에 따라 코드 개정도 이뤄진다. 먼저 수탁자 책임의 범위를 환경(E)·사회(S)까지 포함한 ESG 전반으로 확대한다. 적용 대상 역시 국내 상장주식에서 채권·인프라·부동산·비상장주식·해외자산까지 넓힌다. 이는 도입 당시 스튜어드십코드가 상장주식·의결권 행사를 전제로 설계된 것과 달리, 현재 기관투자가들의 자산 구성이 완전히 달라졌음을 고려한 결정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ESG를 고려하는 글로벌 기준에 따라가는 행보"라면서 "지금은 환경 리스크, 지배구조 및 내부통제 실패 리스크, 사회적 이슈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투자 환경"이라고 짚었다.


실효성 담보될까 물음표도…" 국민연금 역할 중요해"

전문가들은 스튜어드십코드가 제대로 작동할 경우 최근 상법 개정, 밸류업 추진 등과 맞물려 국내 자본시장 선진화에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이번 내실화 방안만으로 스튜어드십코드 실효성이 담보될 수 있을지를 두고는 여전히 물음표가 남는다. 일각에서는 벌써 ESG 부문 등 평가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민간 자율 규범으로 별도의 제재가 없다는 점 역시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상당수 전문가는 그간 스튜어드십코드 실효성이 떨어지는 원인 중 하나로 충실한 이행에 따른 인센티브 또는 미이행 시 제재가 분명하지 않다는 점을 꼽은 바 있다. 이번 개편안에는 이행 저조 기관에 일대일 피드백을 실시한다는 내용 외에 인센티브와 제재 관련 구체적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현재 시장 안팎에서는 국민연금의 역할도 주시하고 있다. 운용자산 규모만 1300조원이 넘는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이 당국의 방침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응하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좌우될 것이란 분석이다. 황 연구위원은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자체 수탁자 책임 활동을 충실히 이행 및 공개하는 동시에 위탁운용사의 코드 이행을 질적으로 평가, 공표함으로써 시장 전반의 이행력을 견인하는 핵심 주체로서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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