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북한어민 동해 북송 사건’과 관련해 2022년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전 국정원장을 상대로 낸 고발을 취하하기로 했다. 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나오고 내부 검토 결과 사실과 법리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조치라는 설명이다. 국정원은 29일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특별감사와 감찰을 거친 결과 고발 조치가 감찰권을 남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특정인을 형사 고발할 목적으로 감찰이 진행됐으며, 범죄 혐의를 전제로 사실과 다르게 고발 내용을 구성하거나 법리를 무리하게 적용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2022년 6월 감찰 조사를 거친 뒤 “국정원이 직접 고발하라”는 윤 전 대통령의 직접 지시를 받아 다음달 서 전 실장과 박 전 원장을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해당 사건은 모두 문재인정부 시절 발생한 국가 안보 사안이다. 북한어민 동해 북송 사건은 2019년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것으로 지목된 북한 주민 2명이 귀순 의사를 밝히며 동해상으로 넘어오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정부가 이들을 닷새 만에 북한으로 돌려보냈다. 당시 국정원은 서 전 실장이 허위 공문서를 작성하고 국정원법을 위반했다고 고발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은 2020년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이 서해상에서 실종된 뒤 북한군에 의해 살해된 사건이다. 윤석열정부는 서 전 실장과 박 전 원장이 사건 대응과 정보 보고 과정에서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며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법원은 두 사건 1심판결에서 서 전 실장과 박 전 원장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6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두 사람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2월에는 북한어민 동해 북송 사건과 관련해 서 전 실장에 대해 같은 판단을 내렸다.
국정원은 해당 고발을 ‘전 원장 등에 대한 반윤리적인 고발’이라고 표현해 두 사건의 고발 조치에 대한 스스로의 책임을 인정했다. 국정원은 “사법부 판단을 존중하면서 국가기관으로서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고 피고발인에 대한 신속한 권리 회복 지원 의무를 다하기 위해, 고발에서 1심 판결까지 전 과정에 대한 면밀한 내부 검토를 거쳤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해당 사건에 조작 기소 의혹을 제기하며 법무부 차원에서 강도 높은 감찰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필요하다면 특별검사도 추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청래 대표는 이날 전남 무안군에서 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연히 공소 취소를 해야 마땅한 사건을 이렇게까지 몇 년 동안 피말리는 고생을 한 분들에게 위로를 드리고 축하를 드린다”며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조작 기소 의혹에 관련된 자들에 대한 감찰 그리고 수사를 철저하게 해주시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어 “서해 사건은 ‘전 정부 조직이 야당 탄압의 일환으로 조작 기소를 한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을 더더욱 갖게 한다”고 지적하며 “그것(법무부 감찰)이 미진할 경우 서해 사건 조작 기소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을 다시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거듭 철저한 감찰 수사를 당부했다.
정 대표의 특검 도입 시사에 국민의힘은 “(법원의 1심 무죄 판결에 대한) 검찰의 항소 자체를 막으려는 노골적인 압박이자 사법 절차에 대한 부당한 개입”이라며 “공세에 나설 자격은 민주당에 없다”고 공세를 펼쳤다.
장민주·이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