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시간의 공예’로 미래를 열다… '통영메이드'의 예술적 혁신

글자 크기
통영, ‘시간의 공예’로 미래를 열다… '통영메이드'의 예술적 혁신
천 년의 전통과 현대 디자인의 융합, 26종 컬렉션이 말하다
통영시는 ‘예술의 가치를 더하다, 크리에이티브 통영’을 비전으로 음악 창의도시 2.0, 통영 12크래프트, 100개의 예술여행이라는 3대 축을 중심으로 문화도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 중 전통 공예의 시간적 유산을 현대적 미감으로 재해석한 ‘통영메이드(Tongyeong Made)’ 프로젝트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예술적 실험으로 주목받고 있다.

통영의 공예는 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 자체로 문화적 DNA로서 존재해 왔다. 통영 자개는 여인들이 꿈꾸던 물품이었고, 통영 소목 가구는 선비들의 계모임 품목으로 사랑받았다. 이러한 유산은 오늘날의 럭셔리 브랜드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사회적 자본이자 문화적 자산으로 기능해 왔다.

2025년 시작된 ‘통영메이드’ 프로젝트에는 나전·누비 분야의 8인 장인과 제품 개발 전문가 3인 디자이너가 참여했다. ▲나전 분야: 국가무형유산 나전장 보유자 박재성, 장철영 장인 외 김규수, 김성안 장인 ▲누비 분야: 박진숙, 박희진, 이유영, 조성연 장인 ▲디자인 그룹: 길우경(twl 공동대표), 김주일(디자인주 아트디렉터), 김현지(원이어퍼포먼스 대표)가 있다.

김주일 디자이너는 이번 협업을 “전통 문양의 DNA를 해체해 현대적 세포로 재구성하는 작업”이라 표현했다. 장인의 손끝에서 탄생한 문양과 색채는 단순한 장식을 넘어 동시대적 소통의 언어로 재탄생했으며, 이는 통영 나전이 현대인의 일상 속에서 다시 호흡하게 된 계기라 평가받는다.

길우경 디자이너와 협업한 조성연 장인은 수십 차례의 샘플 제작을 통해 미적 완성도와 기능적 완성도를 동시에 구현했다. 특히 이음새와 마감 처리에 집중해 제품의 수명을 연장하고, 사용자의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이는 공예품이 단순한 오브제가 아닌 생활 속의 예술품이 되도록 하는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이번에 개발된 26종의 공예 컬렉션은 ‘통영메이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담은 전용 패키지와 함께 2026년부터 전국 주요 공예 유통처에 입점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통영 공예의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와 문화적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전략이다.

(재)통영문화재단 통영문화도시센터는 “이번 프로젝트는 통영 공예가 고정된 유물이 아니라, 시대의 맥박을 따라 변화하는 살아있는 예술임을 증명했다”고 강조했다. 전통 기술의 보존을 넘어 현대적 응용과 창조적 변용을 통해 문화도시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겠다는 의지다.

‘통영메이드’는 나전과 누비라는 통영의 상징적 공예 기법을 현대적 디자인 언어로 재해석함으로써 ‘공예’라는 개념 자체를 확장 했다. 이는 역사적 유산과 현대적 실용성의 경계를 허물고, 전통 기술이 동시대 생활 속에서 어떻게 진화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혁신적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김정환 기자 hwani89@segye.com

HOT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