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리시오 파에스 우리카드 전 감독(왼쪽)과 박철우 우리카드 코치가 지난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 대화를나누고 있다. 사진=KOVO 제공 날개 없는 추락, 결국 칼을 꺼내들었다.
남자프로배구 우리카드는 30일 “지난 시즌부터 팀을 이끌었던 마우리시오 파에스 감독이 구단과 상호 합의하에 지휘봉을 내려놓기로 했다”고 전했다.
기약 없는 부진, 결국 사령탑 교체 승부수를 띄운다. 우리카드는 최근 4연패 수렁 속에 6승12패, 승점 19로 6위에서 허덕이인다. 삼성화재(3승15패·승점10) 덕에 간신히 꼴찌를 피하는 형국이다. 3라운드 반환점을 돌고도 개선 여지가 보이지 않는 초라한 성적표에 결국 결단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브라질 출신의 파에스 전 감독은 지난해 4월 우리카드 감독으로 선임됐다. 일본 파나소닉 수석코치(2016~2020년), 프랑스 대표팀 수석코치(2021년), 우크라이나 에피센트로 포도리야니 감독(2023년), 이란 국가대표팀 감독(2024년) 등 풍부한 커리어를 보유한 지도자였다.
6년간 팀을 이끌던 전임 신영철 감독(현 OK저축은행 감독)과 이별하고 꺼내든 구단 최초 외인 사령탑 카드이기도 했다. 그만큼 간절한 우승 의지를 담아 교체를 단행했던 우리카드다.
아쉬움의 연속이었다. 지난 시즌 4위에 그치며 우승은커녕 6연속 봄배구 진출 도전이 좌절됐다. 절치부심하고 올 시즌을 준비했지만, 기대치를 밑도는 부진 속에 결국 한국을 떠난다.
마우리시오 파에스 우리카드 전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며 고민에 빠져있다. 사진=KOVO 제공 이로써 지난 28일 대한항공전 패배가 그의 고별전으로 남게 됐다. 패장 인터뷰에서 꺼냈던 작심 발언도 다시 주목받는다. 당시 그는 “상대보다 우리에게 문제가 있던 경기다. 첫 두 세트에서 선수들이 경기에 임하는 태도는 용납할 수 없다”며 이례적으로 격앙된 감정을 드러냈다.
이어 “잘하고 있을 때도 뭔지 모를 불안감과 패닉이 있다. 훈련과 실전의 (실력) 차이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압박감이 그 이유다. 선수에게 압박감은 직업의 일부이며, 일종의 특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게 싫으면 다른 일을 구해야 한다”며 선수단을 몰아세우는 듯한 거침없는 쓴소리까지 쏟아냈다.
겉으로 드러난 불협화음, 결국 파국을 맞았다. 우리카드는 혼란 수습에 초점을 맞춘다. 우선 박철우 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임명해 지휘 공백을 채운다. 2023~2024시즌 현역에서 물러나 지난 4월 우리카드 코치로 지도자 첫발을 뗀 박 대행은 갑작스럽게 팀을 이끌어야 하는 중책을 떠맡는다. 오는 2일 부산 OK저축은행 원정부터 선수단을 지휘할 예정이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지난 시즌부터 팀을 위해 헌신한 파에스 감독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작별 인사를 건넨 후 “박 대행은 선수 시절부터 뛰어난 배구 실력과 리더십을 인정받아 온 배구계 레전드다. 박 대행 체제에서 분위기 쇄신을 통해 반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박 대행은 “팀이 어려울 때 중책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다. 남은 시즌 선수들과 하나된 마음으로 근성 있고 끈기 있는 플레이를 보여드리겠다”는 무거운 각오를 띄워 보냈다.
박철우 우리카드 코치(오른쪽)가 이강원 코치와 함께 선수단 훈련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KOVO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