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와 박대준 전 대표가 2020년 쿠팡 물류센터 근로자 고 장덕준씨 사망 사고와 관련해 "모든 책임을 인정한다"며 고인의 죽음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답변했다. 다만 고 장덕준씨의 과로 실태를 축소했다는 산재 은폐 의혹에 대해서는 "진의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로저스 대표는 30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열린 국회 6개 상임위원회의 쿠팡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고 장덕준 씨 산재 은폐 의혹과 관련한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이 의원은 고 장덕준씨 사망 사고 이후인 2020년 10월 23일, 고용노동부의 자료 요청에 쿠팡 법무실에서 긴급 메일을 보내 자료 제출 여부를 묻자, 로저스 대표가 "이 업무가 얼마나 수월한지에 대한 주요 사항을 명시할 필요는 없겠는지, 신체적 부담을 주지 않는 업무임을 강조하라"고 답신한 것에 대한 의도를 질의했다.

이에 로저스 대표는 "이 문서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계약해지된 직원에 의해 제출된 것"이라며 "문서의 진의여부가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또 고 장덕주 씨가 하루 5만보를 걸으며 격무에 시달렸다는 주장을 하자, 쿠팡이 이에 반박하기 위해 동료 노동자들에게 평이한 수준의 노동을 시킨 후 2만보 만보기를 채우게 했다는 의혹에 대해 박대준 전 쿠팡 대표는 "당시 산재 판정이 났었고 그걸 저희도 인정했다"며 "고 장덕준씨에 대해서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작년에도 모친께 따로 사과도 드렸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로저스 대표 또한 "모든 책임을 인정한다"며 "고인의 죽음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날 청문회에는 고 장덕준씨의 모친인 박미숙씨와 지난 11월 새벽배송 현장에서 사고로 숨진 고 오승룡씨의 누나 오혜리씨가 방청인으로 참석했다.
박미숙씨는 "덕준이의 죽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산재 신청과 민사 소송으로 4년이 넘는 시간을 돌아왔다"며 "아들이 근무하던 CCTV를 돌리고 돌려보며 덕준이가 일한 장면을 하나하나 분석하고 발걸음을 세워가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 1년을 CCTV 속의 아들과 살았다"고 말했다. 이어 "12월 30일까지 집을 인도하라는 인도 명령서를 지금 받고 지금 이 자리에 있다. 당장 길거리에 내몰야 되는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저는 너무 괘씸하고 분하고 용서할 수가 없어서 침묵할 수가 없다. 제발 김범석을 잡아달라"고 호소했다.
오혜리씨는 "제 동생은 부친상 이후 단 하루만 쉬고 다시 일터로 나가 그다음 날 새벽 3시10분 사고로 죽었다"며 "장례식장에는 쿠팡 업체 직원 1명도 오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연락조차 없이 묵인하고 있다. 사과가 그렇게 힘드냐"고 말했다. 이어 "동생에게는 두 아이와 아내가 있다. 첫째는 중증 장애가 있어 가장이던 동생의 죽음으로 생계가 막힌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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