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외지고 어두운 곳에서 고단한 시간을 보내는 이웃들에게 사랑의 온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서로 나누며 살아가는 용진읍민들의 삶이 희망과 용기로 풍성해지길 바라는 아주 작은 소망을 두고 갑니다. ’
전북 완주군 용진읍 행정복지센터 입구에 쌀 기부천사가 놓고 간 10㎏들이 쌀 포대 더미. 완주군 제공 쌀 위에는 손글씨 편지 한 장이 함께 놓여 있었다. 용진읍 주민들은 이 글씨를 보며 금세 누군지 알 수 있었다. 해마다 같은 시기, 같은 방식으로 찾아오는 ‘얼굴 없는 쌀 기부 천사’였다. 이 익명의 기부는 2008년부터 시작돼 올해로 17년째를 맞았다. 단 한 해도 거르지 않았다. 지금까지 기부된 쌀은 10㎏들이 1020포대, 무게로는 1만200㎏에 이른다. 모두 이 기부자가 직접 농사지은 쌀이다. 이름도, 얼굴도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의 계절은 늘 이웃과 함께였다.
화려한 행사도, 사진도 없지만 이 작은 나눔은 지역사회에 깊은 울림을 남겼다. ‘천사’의 선행을 본받아 또 다른 나눔이 이어지고 있다.
전북 완주군 용진읍 행정복지센터 입구에 10㎏들이 쌀 60포대화 함께 놓고 간 쌀 기부 천사의 편지. 완주군 제공 이날 봉동읍 고천리 명탄마을 이장 이선영(44)씨는 취약계층의 겨울나기를 돕기 위해 쌀 60포대를 봉동읍에 기탁했다. 그는 2015년부터 매년 직접 농사지은 쌀을 이웃과 나누고 있다. 기초생활거점 2차사업 주민위원회도 이날 나눔 활동으로 운주면에 쌀 30포대를 맡겼다. 용진읍 이장협의회와 새마을부녀회 역시 해마다 직접 재배한 쌀과 배추로 김장 김치를 담가 이웃들에게 전하고 있다. 설선호 용진읍장은 “18년 가까운 시간 동안 말없이 이어진 나눔이 용진읍을 더욱 따뜻한 공동체로 만들고 있다”며 “기탁자의 뜻을 소중히 담아 꼭 필요한 이웃들에게 정성껏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