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서 내려온 배우는 사라지지 않았다. 형태만 바뀌었을 뿐이다.
젼언니 오지연은 뮤지컬 배우로서 무대 위에 서던 사람이었다. 연기를 사랑했고 관객의 반응 속에서 살아 있었다. 공황장애와 부상, 그리고 코로나라는 변수는 무대를 멈추게 했다. 하지만 연기와 표현에 대한 갈증까지 멈추게 하지는 못했다. 틱톡은 대안이 아니라 또 하나의 무대였다.
1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감정을 담고 서사를 만들었다. 웃음과 슬픔, 분노와 위로를 동시에 건넸다.
이 인터뷰는 성공담이 아니다. 버텨온 시간과 방향을 잃었던 순간, 그리고 다시 선택한 방식에 대한 기록이다. 배우로서, 크리에이터로서,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 오지연이 어떤 고민을 거쳐 지금에 도달했는지를 담았다. 화려함보다 과정에 가깝고 정답보다 태도에 가까운 이야기다.
[사진= 젼언니]
틱톡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뭔가
- 틱톡을 시작하기 전에는 뮤지컬 배우로 활동했다. 무대에 서서 연기하는 일을 진심으로 좋아했다. 하지만 극심한 스트레스로 공황장애를 겪었고 허리디스크까지 겹쳤다. 코로나 상황까지 더해지며 더 이상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연기에 대한 갈증이 커지던 시기에 틱톡을 접했다. 이 공간이라면 내가 주도적으로 연기를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뮤지컬을 1분 안에 담아내는 영상부터 만들기 시작했다.
스스로 젼언니의 콘텐츠를 소개한다면 어떤 콘텐츠라고 소개하고 싶나
- 가볍게 볼 수 있는 1분 코미디 콘텐츠다. 코미디는 항상 즐거운 감정에서만 나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슬픔이나 분노 같은 감정 속에서도 코미디는 존재한다고 본다. 요즘은 함께 분노하고 함께 울 수 있는 1분 드라마 시리즈도 만들고 있다.
어린 시절 외로운 시간이 많았다. 그래서 영상을 보는 누군가가 혼자가 아니라고 느끼길 바란다.
그런 마음으로 다양한 형태의 코미디 콘텐츠를 만든다.
무엇을 찍을까를 어떻게 정하나
- 항상 고민한다. 촬영 시간보다 무엇을 찍을지 고민하는 시간이 훨씬 길다. 특정 주제를 미리 정해두지는 않는다.
평소에 많은 영상을 보고 공부한다. 한국 뿐 아니라 프랑스 미국 베트남 인도까지 가리지 않고 본다.
인상적인 장면은 메모하고 스크랩 해둔다. 소재가 정해지면 그 다음은 표현 방식이다.
이 소재를 어떻게 나만의 방식으로 풀 수 있을지를 가장 고민한다.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나
- 일상에서 마주치는 상황과 사람이다.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관찰에 쓴다.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계속 본다. 크리에이터를 시작한 이후로 그냥 흘려보내는 순간이 거의 없다.
젼언니의 의미는 뭔가
- 큰 의미는 없다. 본명이 오지연이다. 동생들이 지연 언니를 빠르게 부르다 보니 젼언니가 됐다. 다른 이름도 고민했다.
하지만 내가 다가가기 어렵다는 말을 종종 들었다. 본명에 가까운 이름으로 편하게 다가가고 싶었다.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고 구축한 과정이 궁금하다
- 처음부터 캐릭터를 설정하고 시작하지 않았다. 상황극 안에 내 표현 방식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그래서 모든 캐릭터는 내 일부분이다. 그 일부분을 최대한 극대화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처음에 틱톡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많은 반대를 했다고 들었는데 요즘 주변의 반응은 어떤가
- 완전히 달라졌다. 처음에는 부끄럽다며 반대하거나 손가락질하는 시선도 있었다. 지금은 아이가 너무 좋아한다며 먼저 연락을 한다.
배우로서 가장 인정받고 싶었던 아버지에게도 인정을 받았다. 지금은 배우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조언한다.
영상으로 좋은 메시지를 전할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만족스러운 결과를 위해서 열심히 달리지만 잘 되지 않아서 포기를 망설이고 있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 인생은 원하는 목표만큼 정확히 흘러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지금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고 노력하고 있다면 의미는 이미 있다. 앞에는 더 나아질 가능성만 남아 있다고 믿는다. 조급할 때는 잠시 멈췄다가 다시 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오지연의 어린 시절은 어땠나
-많이 외로운 아이였다. 일곱 살 때 부모님이 헤어지셨다. 남동생과 함께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사랑은 받았지만 채워지지 않는 결핍이 늘 있었다. 학교에서는 말수가 적었다. 친구도 많지 않았다.
집에 와서 과자를 먹으며 만화책을 보는 시간이 가장 편했다. 지금도 혼자 있는 시간이 더 편하다.
뮤지컬 배우를 했던 경험, 뮤지컬 배우를 준비했던 경험이 크리에이터를 하는 데 있어서 어떤 도움이 됐나
- 분장이나 다양한 연기를 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코미디 뮤지컬을 많이 했기 때문에 망가지는 데 두려움이 적다. 굳이 그렇게까지 망가질 필요가 있느냐는 말도 듣는다. 하지만 배우는 감정을 전달해야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망가져서 누군가가 즐거워한다면 의미가 있다.
꿈을 놓게 된 순간도 있었는데 새로운 꿈을 찾아갔던 방법이 궁금하다. 그리고 좌절의 순간 다시 일어나게 해준 건 뭔가
- 뮤지컬 배우의 꿈을 완전히 버린 적은 없다. 다른 방식을 찾았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꿈의 범위가 더 넓어졌다고 본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게 해준 가장 큰 이유는 딸이다. 힘들 때마다 다시 움직이게 만든 존재다.
자존감을 높이는 젼언니만의 방법이 있나
- 예전에는 타인의 말에 자존감이 크게 흔들렸다. 지금은 들을 말과 흘려보낼 말을 구분한다.
건설적인 비판은 받아들인다. 이유 없이 나를 위축시키는 말은 거리를 둔다. 혼자가 되는 것도 감수한다.
뮤지컬 배우로서 행복은 관객들의 환호였는데 요즘 크리에이터 젼언니 오지연의 소확행은 뭔가
- 영상 반응이 좋을 때다. 센스 있는 댓글을 볼 때다. 아이디어가 떠올라 촬영을 끝내고 분장을 지울 때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딸을 안고 잠들 때다. 요즘은 대부분의 순간이 감사하다.
배우로서 오지연, 크리에이터로서 오지연, 사람으로서의 오지연은 어떤 사람인가
- 배우 오지연은 연기를 좋아하고 계속 고민한다.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크리에이터 오지연은 영상을 가볍게 만들지 않는다.
보는 사람이 어떻게 느낄지를 계속 생각한다. 사람 오지연은 딸 중심으로 살아간다. 딸을 위해서라면 어떤 선택도 감수한다.
삶의 우선 순위가 궁금하다
- 엄마로서의 역할이 가장 우선이다. 그다음이 배우와 크리에이터로서의 일이다. 밤샘 촬영을 하더라도 아이에 대한 부분은 챙기려고 한다.
일은 잠을 줄여서 따라잡는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젼언니에게 가장 궁금해 하는 건 무엇이고 이에 대해 뭐라고 말을 하나
- 젼쪽이 할 때 현타가 오지 않느냐는 질문이다. 현타는 오지 않는다. 젼쪽이는 가까운 사람들과 있을 때의 실제 모습에 가깝다.
요즘 꿈과 크리에이터로서 이루고 싶은 것들이 있나
- 영상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에게 좋은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그에 대한 책임감을 항상 가지고 있다. 지친 하루 끝에 편하게 볼 수 있는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다.
옆집 언니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 뮤지컬 출연은 물론 연출과 제작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노력한 만큼 결과가 따라주지 않아서 고민을 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말씀 해달라
- 잘 안 된다는 것은 포기하라는 신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직 성장할 부분이 남아 있다는 의미일 수 있다.
믿어줄 사람이 없어도 스스로만큼은 믿어야 한다. 계속하다 보면 처음 바라던 것보다 더 큰 행복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주경제=김호이 객원기자 coby1@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