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에 따르면 덴마크 국영 우편사 포스트노르드는 30일(현지시각)을 끝으로 국가 차원의 편지 배달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에 따라 관련 인력 약 1500명이 감축되고, 덴마크 전역에 설치돼 있던 빨간색 우체통 1500개도 순차적으로 철거된다. 포스트노르드는 대신 급성장하는 전자상거래 수요에 맞춰 소포 배송 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픽사베이 국가 차원에서 우체국의 편지 배달 서비스를 중단한 것은 덴마크가 유럽 최초다. 실제로 덴마크의 연간 편지 발송량은 2000년 약 14억통에서 지난해 1억1000만통으로 줄어 20여년 만에 90% 이상 감소했다. 강력한 디지털 행정 정책도 배경으로 꼽힌다. 덴마크는 만 15세 이상 인구의 97%가 정부 디지털 신원 인증 시스템 ‘미트아이디(MitID)’에 가입했으며, 공공 행정 전반에서 전자 문서와 전자우편 사용이 이미 보편화돼 있다. OECD가 2023년 발표한 디지털 정부 평가에서도 덴마크는 한국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안드레아스 브레스바드 포스트노르드 대변인은 “거의 모든 덴마크인이 완전히 디지털화된 환경에 살고 있다”며 “전자상거래와 소포 시장이 전통적인 우편 시장을 훨씬 앞지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덴마크에서 실물 편지는 상점에 설치된 키오스크를 통해 접수되며, 배송은 민간 업체 다오(DAO)가 유료로 담당한다. 다만 접수와 결제가 모두 디지털 방식으로 이뤄져 노년층 등 디지털 취약 계층이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같은 흐름은 덴마크에 국한되지 않는다. 영국은 일반 우편배달 횟수를 줄였고, 프랑스는 우편 이용 감소를 이유로 우표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독일과 스위스, 미국, 영국 등 주요 국가에서도 지난 20여 년간 우편물 처리량이 최대 70%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편지가 완전히 사라지기보다는 역할이 변화할 가능성에 주목한다. 디르크 판 미르트 네덜란드 하위헌스 연구소 교수는 “편지는 디지털 매체보다 더 개인적이고 친밀한 메시지를 담는 수단으로 남을 수 있다”며 “지식과 소통의 네트워크는 온라인 형태로 계속 확장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승우 온라인 뉴스 기자 loonytun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