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우울증을 앓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의 유족에게 보험사가 보험금 5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85단독 노한동 판사는 사망한 A씨의 누나 B씨가 보험사 C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소송에서 지난달 11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뉴시스 A씨는 교통사고로 외상성 뇌손상을 입고 충동성, 우울, 불안 등의 증상을 보여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았다. 이후 가까운 지인들의 연이은 죽음으로 인해 증상이 재발했고 A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B씨는 2024년 2월 C사에 동생의 사망보험금 5000만원을 청구했으나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다. 보험 약관에 따르면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는 보험금 지급이 거부된다. 다만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예외규정을 뒀다. 노 판사는 “A씨가 과거 치료받았던 증상이 재발하며 정신적 억제력 및 현실 판단능력이 현저히 저하돼 극단적 자살행위에 나아간 것으로 생각된다”며 B씨의 손을 들어줬다. 노 판사는 “우울이나 불안 증상은 심한 경우 부정적인 사고에만 몰입해 다른 방법은 생각하지 못하고 자살만이 유일한 선택지라는 생각으로 이끌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러한 경우 망인이 자살의 수단·방식을 계획적으로 선택했거나 유서를 썼다고 해서 자살을 선택하도록 이끈 근본적인 원인인 정신장애의 존재를 부인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홍윤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