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연합뉴스] 전쟁과 승리를 자신하는 지도자가 있는가 하면, 경제 성장과 기술 혁신, 국민적 단합과 평화를 호소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폭풍과도 같은 2025년을 겪은 세계 각국 정상들의 2026년 신년사에는 분열과 갈등이 심화된 국제 정세 속에서 서로 다른 진단과 선택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새해 목표로 '지구의 평화'를 제시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에서 열린 새해 전야 파티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나 새해 목표가 "지구의 평화"라고 밝혔다.
또한 앞서 그는 자신 소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2025년 한 해 동안 자신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미국에 대한 투자 유입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늘어났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현재 한 나라에 대한 투자 규모에서 세계 기록을 세웠으며, 그 규모는 2위인 중국보다 수조 달러나 더 많다"며 "이는 전적으로 관세 때문이며,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면 관세가 전혀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결과 공장과 기업들이 미국 전역에 걸쳐 건설되고 있으며, 이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수준"이라고 관세 정책의 효과를 재차 강조했다.
지난 한 해 미국과 전방위적인 무역 전쟁을 치렀던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경제 성장과 과학·기술 성과를 부각하는 동시에 새 경제 발전 5개년계획의 본격 추진을 독려했다. 시 주석은 관영 중국중앙TV(CCTV)로 방송된 신년사에서 중국의 경제총량이 연속해서 새로운 단계에 올라섰다며,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140조 위안(약 2경888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경제력과 과학·기술력, 국방력, 종합 국력이 모두 새로운 수준으로 도약했으며, 국민의 삶의 질과 안전감도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지난해와 달리 올해 신년사에서는 경제적 '어려움'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인공지능(AI) 대형 모델과 반도체 자주 연구·개발 성과를 비롯해 소행성 탐사선 톈원 2호, 푸젠함, 휴머노이드 로봇과 드론 등을 열거하며 성과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2026년을 15차 5개년계획의 출발점으로 규정하고, 개혁·개방을 전면적으로 심화해 공동부유와 고품질 발전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1일 신년사에서 일본 열도를 다시 강하고 풍요롭게 만들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그는 올해가 쇼와(昭和) 일왕 취임 100년이 되는 해라는 점을 언급하며, 현재 일본과 세계가 쇼와 시대와 마찬가지로 큰 전환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일본이 인구 감소와 고물가, 전후 가장 엄중하고 복잡한 안보 환경이라는 과제에 직면해 있으며, 국제사회 역시 패권주의적 움직임이 강해지면서 정치·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다카이치 총리는 메이지 시대 사상가인 오카쿠라 덴신이 했던 '역사 속에 미래의 비밀이 있다'는 말을 소개하며, 전쟁과 고도성장을 경험했던 쇼와 시대에는 '내일은 오늘보다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선인들의 지혜와 노력을 배우며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필요한 개혁을 단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본 열도를 강하고 풍요롭게 하는 것, 이를 통해 이 나라에 희망이 생기도록 하는 것'을 올해의 신년 다짐으로 제시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느덧 4년째로 접어들며 종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승리를 자신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에서 새해를 가장 먼저 맞이한 극동 캄차카반도에 가장 먼저 방송된 신년사에서 "우리의 영웅들, 즉 '특별군사작전' 참가자들을 말과 행동으로 응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러시아 전역의 수백만 국민이 새해 전야에 여러분과 함께한다”며 “그들이 여러분의 승리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모든 병사와 지휘관에게 새해를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우리는 여러분과 우리의 승리를 믿는다"고 강조했다.
반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쟁 속에서도 평화 의지를 재확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SNS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올해는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자유와 존엄을 소중히 여기는 모든 이를 위해 굳건히 버텨준 우리의 수호자들 덕분에 (평화가) 가능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평화를 믿고, 이를 위해 싸울 것이다. 우리는 평화를 위해 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전쟁과 분쟁이 이어지는 국제 환경 속에서 세계가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며, 군사비 증액이 아닌 빈곤 퇴치와 기후 대응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군사비 지출이 2조7000억 달러(약 3900조원)로 급증해 모든 개발 원조를 합친 규모의 13배에 달한다며, 분열과 폭력, 기후 붕괴, 국제법 위반이 확산되는 현실 속에서 "더 안전한 세계는 전쟁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빈곤과의 싸움에 투자하는 데서 시작된다"며 "평화가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주경제=황진현 기자 jinhyun97@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