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와 수요 억제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부동산 시장의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매매 시장뿐만 아니라 전월세 가격까지 동반 상승하는 현상이 이어지면서 실수요자들의 주거 부담은 임계치에 도달했다는 평가다.
특히 서울 상급지를 중심으로 한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은 자산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올해도 매매와 전월세 시장 모두 우상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공급 부족을 우려하는 시장의 불안 심리는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형국이다.
1일 부동산 업계와 관계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은 누적 8.7% 상승하며 19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면 불붙은 시장을 진정시킬 핵심 열쇠인 ‘공급 대책’은 오히려 지연되는 양상이다. 정부는 공공 주도 공급을 전제로, 비(非)아파트를 포함한 단기 공급 확대 등 다양한 정책 방안을 놓고 고민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는 당초 지난해 연말까지 추가 주택 공급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후보지 선정과 관계 부처 협의 등 세부 조율 난항으로 올해 초 발표가 유력해졌다. 공급 절벽을 우려하는 시장에 ‘대책 지연’이라는 악재가 더해진 셈이다.
정부가 꺼내 든 그린벨트 해제 카드 역시 실효성 논란에 직면해 있다. 서울 서초구 서리풀지구 등 대규모 택지 후보지를 발표했지만, 토지 보상과 인허가 절차를 고려하면 실제 입주까지 최소 10년 이상이 소요된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여기에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 간 이해관계가 얽히며 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한 대응이 미흡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자체 별로 정비사업 용적률 인센티브나 기부채납 비율을 두고 엇박자를 내면서 정작 현장의 사업성은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신규 택지 발표보다는 기존 주택 시장의 순환을 가로막는 규제를 걷어내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와 강력한 실거주 의무 등이 매물 잠김 현상을 심화시켜 시장 내 유통 가능한 물량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현장에서는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규제 완화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공사비 상승으로 멈춰 선 사업장들에 대한 금융 지원과 함께, 분양가 상한제 등 수익성을 저해하는 규제를 전면 재검토해 도심 내 '신축 공급'의 맥을 뚫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1기 신도시 특별법) 등을 활용해 광역 단위의 정비 사업이 속도감 있게 진행되어야 시장 안정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잦은 부동산 대책이 오히려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자극해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수요 억제 위주의 임시방편보다는 민간의 공급 활력을 회복시킬 수 있는 일관된 정책 신호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양지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규제 정책은 시장을 안정시키는 동시에 양극화를 증폭시키는 촉매가 될 수 있다. 규제가 풀리는 순간 눌려 있던 수요가 동시에 특정 자산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며 "올해 역시 지역·상품·단지 별 차별화가 심화되는 ‘초양극화 국면’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권대중 한성대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지난해 이미 세제를 제외한 강도 높은 정책은 거의 사용했기 때문에 올해 부동산 상승세를 막을 정책이 제한적"이라며 신속한 공급 확대 필요성을 다시 강조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관계자는 “공급 대책이 지연될수록 시장은 ‘공급 절벽’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공포를 갖게 된다”며 “정부가 민간 정비사업의 걸림돌을 획기적으로 치워 매물 출회를 유도하는 동시에,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공급 로드맵을 신속히 제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주경제=우주성 기자 wjs89@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