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뷰] 정상(頂上)은 혼자 오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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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뷰] 정상(頂上)은 혼자 오를 수 없다
김두일 정치사회부 선임기자김두일 정치사회부 선임기자 
 지도자의 성공은 능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성과가 길을 열고, 도덕성이 신뢰를 쌓는다면, 마지막 관문은 대중의 마음이다. 정치의 세계에서 팬덤이란 바로 그 마음의 응집력이다. 이 응집력이 강할수록 여론은 흔들리지 않는다. 공격을 받아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문제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바로 이 지점에서 늘 취약하다는 사실이다.
 오 시장은 행정가형 리더다. 깨끗하고 성실하며, 도시경쟁력에 대한 이해도 아주 깊다. 4선 시장까지 오를 동안 그의 행정은 늘 안정적이었다. 그러나 정치판의 냉혹한 진실은, 성과만으로는 대중의 마음을 붙잡아둘 수 없다는 점이다. 성과는 '보고 나서 평가하는 것'이지만, 정치는 '보기도 전에 따라가는 것'이다. 이 차이를 메우는 것이 바로 정치 팬덤이다. 병오년 신년 여론조사들은 이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오 시장의 시정 운영 부정평가는 57%로 뛰었고, 특정 이슈에 대한 반발은 프레임 하나에 휩쓸리듯 확산됐다. 한강버스와 종묘개발 논란은 사실보다 이미지가 앞섰고, 설명보다 공격이 빨랐다. 그런데도 정권 견제 심리는 여당을 앞섰다. 즉, 오세훈 개인에 대한 방어막은 약한데, 정국 전반에 대한 민심은 따로 움직인다는 뜻이다. 이 패턴은 단순한 여론 변동이 아니라 '팬덤이 약한 정치인의 구조적 취약점'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오세훈은 어떻게 정상에 설 수 있는가. 정치 팬덤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정돈된 행정력만으로도 생기지 않는다. 지도자의 팬덤은 대체로 세 가지 축에서 생겨난다. 첫째, '서사'가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정책보다 인물의 이야기를 기억한다. 윤석열의 '검사 서사', 이재명의 '흙수저 서사', 안철수의 '의사·벤처 서사'가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오세훈의 서사는 무엇인가. 도시 전략가로서의 치밀함, 청렴과 정직, 다시 돌아온 시장이라는 드라마적 복귀, 그리고 20년간 한결같이 '서울'을 붙들어온 믿음. 이 서사를 스스로 말하지 않으면, 남들은 오세훈을 일 잘하는 시장 정도로만 기억한다.  정상은 그 너머에 있다. 지도자는 자기 서사를 스스로 말해야 한다.
 둘째, '광장'을 만들어야 한다. 지지층의 결집은 자연적으로 생기지 않는다. 대중은 메시지가 모이는 곳으로 몰린다. 오 시장은 원래 조용한 행정을 선호한다. 하지만 대통령급, 혹은 국가 리더급 반열로 올라서려면 조용함만으로는 부족하다. 말이 모이는 광장,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드는 네트워크, 정책을 넘어 감성으로 연결되는 접점이 필요하다. 지금의 서울시는 지나치게 '설명서적 행정'에 갇혀 있다. 말은 많으나 울림은 없고, 정책은 많으나 열광은 부족하다. 팬덤은 설명에서 나오지 않는다. 광장에서 나온다.
 셋째, '정무 감각'을 키워야 한다. 정치는 공학이 아니라 감각이다. 정무는 누가 적이고 누가 친구인지 읽는 능력이며, 앞으로 어떤 파도가 몰려올지 감지하는 능력이다. 오 시장은 정무를 가장 약한 고리로 갖고 있다. 주변의 조언 체계는 단단하지 않고, 대변인실과 홍보라인은 전략보다 절차에 집중돼 있다. 공격을 받으면 즉각 대응하기보다는 이득·손해를 머뭇거리며 재보는 행정적 접근이 많다. 이렇게 하면 팬덤은 늘어날 수 없다. 정치는 싸움의 순간에 리더의 본능이 드러나는 법이다. 그 순간이 수차례 반복되어야 지지층은 결집한다. 지도자는 절대 혼자 정상에 오르지 못한다. 아무리 뛰어난 정책도, 아무리 훌륭한 성과도, 집단적 응원 없이 쌓아 올린 정상은 쉽게 무너진다.
 지금 오세훈의 한계는 행정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의 문제다. 팬덤이라는 '방패'를 갖추지 못한 채 성공만으로 정상을 바라보는 것은 끝내는 외로운 승부가 될 것이다. 오 시장이 정상에 서려면 성과 뒤편에 숨어 있는 '감정의 정치'를 이해해야 한다. 도시 전략가를 넘어, 사람들의 감정을 이끄는 리더로 변해야 한다. 그때 비로소 오세훈의 정치적 여정은 완성될 것이다.
 
아주경제=김두일 선임기자 dikim@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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