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성폭력통계’, 폭력-살인 왜 구분할까 [정책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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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여성폭력통계’, 폭력-살인 왜 구분할까 [정책돋보기]
친밀한 관계 범죄…정부 차원 통계 첫 발표 가정폭력에 살인 불포함…그간은 토대 없어
애인·배우자 등 ‘친밀한 관계’로부터 일어나는 범죄와 관련해 정부 차원의 통계가 지난달 30일 처음으로 발표됐다. 통계는 폭력과 살인·치사를 구분했는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3일 성평등가족부가 최근 발표한 ‘2025년 여성폭력통계’를 보면 2024년 친밀한 관계 살인·치사 범죄로 검거된 인원은 219명으로 2023년(205명)보다 6.8%(14명) 증가했다. 피해자가 전·현 배우자인 경우는 134명(61.2%), 교제 관계인 경우는 85명(38.8%)이었다. 친밀한 관계는 통상 전·현 배우자(사실혼 포함) 및 전·현 연인 관계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다만 친밀한 관계에서 벌어진 폭력으로 검거된 인원은 2024년 5만7973명이었다. 전년 6만2692명 대비 7.5% 감소한 규모다. 폭력 유형을 보면, 폭행·상해(58.6%)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스토킹(11.2%), 협박·공갈(10.1%) 순이었다.

살인·치사가 늘고 폭력이 줄어드는 현상은 개별적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김지선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폭력과 살인·치사가 대체 관계는 아니어서 폭력이 줄고 살인·치사가 늘어난 것을 연동해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유형을 두 개로 구분한 배경은 유엔(UN) 차원에서 여성 살해 범죄를 엄중히 보고 있어서다. 2020년 유엔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살인 피해자의 80%는 남성이지만, 친밀한 관계인 살인 사건만 따로 떼어내 보면 피해자의 80%는 여성이다. 즉, 여성이 남성보다 살인 사건에 연루되는 비율은 낮은데 살해당하는 여성 다수가 친밀한 관계에서 비롯한 범죄로 목숨을 잃고 있다는 의미다. 경각심을 높이려면 성별에 따른 통계가 마련돼야 하고, 폭력과 살해 범죄가 구분될 필요성이 높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장관이 2025년 12월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5차 여성폭력방지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성평등가족부 제공 가정폭력에서 비롯한 살인 통계가 별도로 없다는 점도 친밀한 관계 기반 살인 범죄 통계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현재 가정폭력의 범주에는 살인이 포함되지 않는다. 여성살해 사건 전 여성폭력 피해 여부를 경찰청이 집계한 건 2023년부터다. 경찰청이 여성을 대상으로 한 살인 사건(살인·살인미수 등) 피해자의 30%가 가정폭력, 교제폭력 등 친밀한 관계 기반이었다고 밝혀낸 것도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성평등부를 이를 토대로 범죄자의 특성을 분류한 것이다.

성평등부 관계자는 “가정폭력을 포함한 교제폭력에서 살인은 가장 중대한 범죄인데, 이 통계를 뽑아낼 토대가 약했다”며 “경찰청이 통계를 산출하면서, 성평등부도 통계를 새롭게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친밀한 관계에서의 범죄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국가 통계는 국정과제의 연장선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당시 교제폭력 등 친밀한 관계 내 범죄에 대해 국가 차원의 공식 통계를 마련하겠다고 공약했다.

친밀한 관계를 기반으로 한 살인·치사 범죄 검거 인원은 남성 75.8%, 여성 24.2%로 남성이 여성보다 3배 이상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다만 남성 범죄자의 수(166명)는 2023년과 동일하나 여성 범죄자 수는 35.9%(39명→53명) 늘었다. 연령별로는 남성은 61세 이상이 34.3%로 가장 많고 여성도 고령자의 비중이 컸다.

폭력 유형 범죄도 살인·치사와 비슷하게 남성이 75.7%, 여성이 24.3%를 차지했다. 연령별로는 남성 범죄자는 41~50세가 25.2%로 가장 높고, 여성은 31~40세가 29.8%로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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