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석유기업 투입”… 베네수엘라 석유 수익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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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석유기업 투입”… 베네수엘라 석유 수익성은?
미국의 베네수엘라 석유 구상, 넘어야 할 산 많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하기 위한 '확고한 결의' 작전 진행 상황을 참모들과 함께 지켜보고 있다. 트럼프 트루스소셜 계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를 공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호송한 직후,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을 사실상 미국의 통제 아래 두겠다는 구상을 공개했다. 그러나 정치 불안과 붕괴된 산업 기반, 저유가 환경이 겹치면서 시장과 전문가들은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로 당장 실질적인 수익을 거두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5일 국제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국 석유 기업들을 투입해 파괴된 석유 인프라를 복구하겠다”며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베네수엘라에서 돈을 벌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하에 묻힌 엄청난 부를 끌어올릴 것”이라며, 그 수익의 일부는 “미국이 입은 피해에 대한 보상”으로 가져가겠다고도 했다.

베네수엘라는 석유 매장량이 3000억 배럴이 넘는다고 주장한다. 사실이라면 세계 최대 규모다. 하지만 ‘매장량’과 ‘당장 돈이 되는 석유’는 다른 이야기다. 현재 베네수엘라에 남아 있는 미국 석유 기업은 셰브론이 유일하다. 올해 베네수엘라의 하루 산유량은 약 90만 배럴 수준인데, 이 가운데 3분의 1가량을 셰브론이 담당하고 있다.

문제는 다른 글로벌 석유 기업들이 쉽게 돌아올 수 있느냐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베네수엘라의 만성적인 정치 불안과 ‘자산 몰수의 기억’이 기업들에게 가장 큰 부담이라고 짚었다.

베네수엘라는 1970년대와 2000년대 두 차례 석유 산업을 국유화한 전례가 있다. 실제로 엑손모빌과 코노코필립스는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시절인 2007년 국유화 조치에 반발해 베네수엘라에서 철수했다. 기업 입장에선 “투자했다가 다시 뺏길 수 있다”는 기억이 아직 생생한 셈이다.

산업 자체가 무너졌다는 점도 큰 걸림돌이다. 옥스퍼드 에너지연구소의 오를란도 오초아 연구원은 “마두로 정권 아래에서 수만 명의 숙련 인력이 해외로 빠져나가 베네수엘라 에너지 산업은 사실상 붕괴 상태”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를 “헤라클레스급 과업”에 비유하며, 단기간에 정상화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오초아는 “미국이 해야 할 일은 석유를 캐는 수준이 아니라, 사실상 마셜 플랜에 가까운 재건”이라고 말했다.

설령 정치와 산업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또 다른 현실이 남아 있다. ‘지금 석유가 정말 필요한가’라는 질문이다. 국제 유가는 배럴당 60달러 아래에서 정체돼 있고, 올해도 공급 과잉이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석유 기업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베네수엘라에 대규모 투자를 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셰브론에서 중남미·아프리카 사업을 총괄했던 알리 모시리는 “지금 같은 유가 환경에서는 투자처를 고를 때 퍼미안 분지와 베네수엘라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며 “베네수엘라가 쉬운 선택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은 ‘말은 거대하지만, 실행은 고난의 연속’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베네수엘라의 석유가 다시 돈이 되기까지는 정치 안정부터 산업 재건, 그리고 시장 환경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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