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을 제도권 금융 질서 안으로 편입하기 위한 핵심 입법인 ‘디지털자산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입법)’이 이달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래픽=김세찬 기자 가상자산을 제도권 금융 질서 안으로 편입하기 위한 핵심 입법인 ‘디지털자산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입법)’이 이달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입법 지연의 원인이었던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 논란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제도 공백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정부안 발의를 둘러싼 논의가 재가동되는 분위기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주도한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은 이르면 1월 중 국회에 제출될 전망이다. 여·야 모두 가상자산 제도화 필요성 자체에는 견해차가 크지 않은 만큼, 발의 이후에는 세부 쟁점을 중심으로 한 논의 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당초 지난해 12월 중순을 목표로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을 발의할 계획이었지만,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둘러싼 정부·한국은행 간 이견으로 일정이 해를 넘겼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두고 한국은행은 통화 대체 가능성과 위기 시 유동성 전이 위험을 들어, 은행이 과반 지분을 보유한 컨소시엄에만 발행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통화 주권과 금융 안정이라는 중앙은행의 책무를 고려하면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반면 금융위원회 발행 주체를 은행 중심으로 제한할 경우 기술 혁신과 산업 경쟁력이 위축될 수 있다고 본다. 발행 주체를 업권으로 제한하기보다는 자기자본 요건, 준비자산 관리 능력, 내부통제 체계 등 객관적 기준을 통해 적격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입법 지연에 대한 업계의 문제 제기는 법안 처리 속도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언제, 어떤 형태의 제도가 만들어질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부담이다. 사업 구조와 투자 계획을 중장기적으로 설계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제도 방향성이 보이지 않는 상태 자체가 리스크로 작용한다.
현재 논의 중인 정부안의 큰 틀은 투자자 보호 강화에 맞춰져 있다. 디지털자산사업자에게 무과실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하고 해킹이나 전산 장애 등 사고 발생 시 전자금융거래에 준하는 책임을 지도록 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는 준비자산 규제가 핵심이다. 발행 잔액에 상응하는 자산을 예금이나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보유하고 이를 은행에 신탁·예치하도록 해 발행사의 부실이 이용자에게 전이되지 않도록 하는 구조다. 발행사 도산 시에도 이용자 자산을 보호할 수 있도록 ‘절연 장치’를 두겠다는 취지다.
입법 논의가 본궤도에 오르면서 금융권과 핀테크 기업들은 제도화 이후를 염두에 둔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은행권은 블록체인 협의체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실험 참여를 통해 기술적 검증을 이어가고 있으며 내부 전담 조직을 확대 개편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빅테크와 가상자산 업계 역시 결합과 제휴를 통해 발행·유통·활용을 아우르는 구조를 구상 중이다. 제도가 정비되는 순간 시장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된 이후의 가장 쟁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로, 은행 등 금융권이 가지면 금융 이슈나 투자자 보호가 이뤄진다는 장점이 있고 핀테크사가 되면 이들이 가진 데이터나 비즈니스 모델 등의 강점이 있다”면서도 “금융권과 핀테크가 교차 연합하는 식의 중재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