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베네수엘라 원유 연계 러시아 유조선 나포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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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베네수엘라 원유 연계 러시아 유조선 나포 검토"
미 해안경비대의 추적을 받자 카리브해에서 대서양 건너 유럽까지 달아난 러시아 유조선 마리네라 사진로이터연합뉴스미 해안경비대의 추적을 받자 카리브해에서 대서양 건너 유럽까지 달아난 러시아 유조선 '마리네라' [사진=로이터·연합뉴스]미국이 베네수엘라 원유 무역과 연계된 러시아 유조선을 유럽에서 나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6일(현지시간) 미국 CBS 방송에 따르면 미군은 대서양을 건너 유럽으로 향하고 있는 러시아 선적 유조선 '마리네라'를 억류하는 작전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 당국자들은 이르면 이번 주 작전이 단행될 수 있지만, 외교적 부담 등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보류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마리네라는 미국 재무부의 제재를 위반해 이란산 원유를 운송한 혐의로 미 법무부가 압수 영장을 발부한 유조선이다. 미국은 니콜라스 마두로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이끌던 정권을 경제적으로 압박하기 위해 원유 거래에 연루된 선박들을 단속해 왔다.

이 유조선은 지난달 베네수엘라를 목적지로 한 것으로 보이는 항로로 카리브해에 진입했다가 미국 해안경비대가 접근하자 항로를 바꿔 달아났다. 이후 뱃머리를 유럽 쪽으로 돌려 대서양을 건너면서 선명도 기존의 '벨라 1'을 '마리네라'로 바꾸고 깃발도 가이아나에서 러시아로 바꿨다. 현재 마리네라는 스코틀랜드와 아이슬란드 인근 해역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이 나포를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러시아와의 직접 충돌 가능성이다. 미국으로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둘러싸고 러시아와 대화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양국 관계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을 부담으로 안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는 "러시아 유조선 마리네라를 둘러싼 비정상적인 상황을 심각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마리네라를 둘러싼 긴장은 미·러 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까지 거론될 정도로 고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가 마리네라를 보호하기 위해 잠수함을 포함한 해군 전력을 급파했다고 보도했다. WSJ은 녹슬고 텅 빈 유조선이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에서 갈등의 새로운 기폭제가 되고 있다고 주목했다.

마리네라가 나포될 경우, 이는 미국이 지난해 9월 베네수엘라에 대한 전면적인 봉쇄 압박에 나선 이후 세 번째로 억류하는 대형 유조선이 된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12월 카리브해에서 가이아나 선적 '스키퍼'와 파나마 선적 '센추리스'를 잇따라 나포했다.

스키퍼는 이란 혁명수비대와 레바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자금을 대기 위한 석유 밀수 혐의로 제재 대상에 오른 선박이었고, 센추리스는 제재 대상인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싣고 아시아로 향하던 중이었다. 당시 백악관은 이를 두고 마약을 밀수하고 테러를 조장하는 베네수엘라 정권에 자금을 대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미군의 마리네라 나포 작전은 장거리 이동과 수시로 변하는 기상 여건 탓에 고난도의 군사 작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정보 당국은 베네수엘라가 해당 유조선에 민간인으로 위장한 무장 병력과 소련제 휴대용 방공무기를 탑재하는 방안까지 검토한 정황이 있다고 전했다.

미 해안경비대는 지난달 스키퍼 나포 당시 해병대와 특수부대의 지원을 받아 작전을 수행했다. 마리네라 나포 계획에 관여한 미 당국자들은 이번 작전 역시 실행될 경우 스키퍼 억류 당시와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들은 미군이 유조선을 격침하는 방안보다는 압수·억류하는 쪽을 선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주경제=황진현 기자 jinhyun97@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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