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국이 일본을 특정해 군사 목적에 전용될 수 있는 ‘이중용도 물자’의 수출을 금지하자 일본 정부와 산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본 언론은 이번 조치를 중국의 ‘직접적 경제 압박’으로 평가하며, 중·일 관계가 다시 한 번 긴장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6일 군사력 제고에 활용될 수 있는 이중용도 물자의 수출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품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일본의 중국 의존도가 높은 희토류와 일부 반도체 관련 소재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치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해 11월 ‘대만 유사시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 이후 중국이 일본에 대한 압박 수위를 한 단계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은 그동안 일본 여행·유학 자제 권고,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재개 등 보복 조치를 취했지만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수출 통제는 일본 경제의 핵심을 직접 겨냥한 조치라는 점에서 파장이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정부 내부에서도 당혹감이 감지된다. 중국의 갑작스러운 발표에 대해 외무성 고위 관계자는 “어떤 품목이 대상이 되는지, 어느 정도의 영향이 있을지 알 수 없다”며 당혹해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그는 “대만과 관련해서 무슨 움직임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왜 이 시점에 규제를 강화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의문을 표했다. 특히 희토류가 포함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어 해당 관계자는 “자의적”이라며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불과 며칠 전 신년 기자회견에서 “중국과의 대화에 열려 있다”며 관계 개선 의지를 강조했던 만큼, 연초에 전격적으로 발표된 중국의 수출 통제는 일본으로서는 ‘허를 찔린’ 형국이라는 평가다.
일본 외무성은 즉각 항의에 나섰다. 가나이 마사아키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주일 중국대사관 차석공사를 불러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철회를 요구했다. 경제산업성도 중국 정부 발표 내용을 면밀히 분석하며 일본 기업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고 있다.
언론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영향 범위를 둘러싼 평가가 엇갈린다. 아사히신문은 희토류를 비롯해 중요 광물, 화학물질, 공업 재료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수입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을 지적했다. 마이니치신문 역시 규제 대상이 확대될 경우 민생용 제품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과도한 공포를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도쿄재단의 한 연구원은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일본 기업들은 2010년 센카쿠 열도 분쟁 당시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를 경험한 이후 재활용 기술을 확보했고, 일정 수준의 재고도 갖추고 있다”며 과거와 같은 압박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일본이 가장 경계해 온 카드가 현실화됐다는 점에서 긴장감은 크다. 일본의 희토류 중국 의존도는 2009년 85%에서 2020년 58%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절반을 넘는다. 닛케이는 디스프로슘 등 중희토류가 전기차와 첨단 무기와 같은 하이테크 산업 전반에 필수적이라고 지적하며, 수출 지연이 장기화될 경우 일본 제조업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아주경제=최지희 도쿄(일본) 통신원 imzheeimzhee@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