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한 폭의 수묵화가 음악에 흡수된 창작 뮤지컬 ‘몽유도원’이 찬란한 여정을 시작한다. 시각적 여백의 미(美)는 한국 전통음악의 리듬과 현대적 멜로디의 유연한 교차로 채워져 장관을 선사한다.
‘몽유도원’은 고(故) 최인호 작가의 소설 ‘몽유도원도’를 원작으로, 삼국사기 설화 ‘도미전’에 등장하는 ‘도미’와 ‘아랑’의 순수한 사랑과 ‘여경’의 헛된 욕망을 통해 꿈과 현실의 경계가 뒤엉킨 도원을 무대화했다.
작품은 K-뮤지컬의 신화를 쓴 뮤지컬 ‘명성황후’ ‘영웅’ 등을 제작한 ㈜에이콤에 의해 탄생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신념을 중심으로 ‘상상’을 ‘상징’으로 탈바꿈한다.
꿈속 여정을 이끌 정상급 배우들이 관객들을 맞이한다. 가질 수 없는 꿈속의 여인을 품은 왕 ‘여경’ 역은 민우혁과 김주택이 연기한다. 진실한 사랑을 지키려는 강인한 여인 ‘아랑’ 역에는 국가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이자 전통 성악인 정가의 보컬리스트 하윤주와 뮤지컬 배우 유리아가 맡는다.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목숨을 던지는 ‘도미’ 역은 크로스오버 가수이자 뮤지컬 배우 이충주와 김성식이 책임진다.
◇ 설화서 잉태한 사랑이야기의 향기
양재선 작사가는 7일 경기 화성예술의전당 동탄아트홀에서 열린 ‘몽유도원’ 제작발표회에서 넘버를 통해 인간의 내면과 극적 긴장을 끌어올릴 서사를 소개했다.
‘몽유도원’은 수묵 애니메이션으로 확장된 무대 위에서 동양의 리듬과 서양의 멜로디로 새로운 한국의 소리를 선보인다. 총 27곡으로 구성된 넘버는 현대 뮤지컬의 작법과 함께 판소리, 정가 등 한국 전통음악의 요소가 신비로운 음악적 경험을 예고한다.
특히 장면의 흐름을 잇는 가사는 21세기에 마주한 한국 정서와 예술적 상상력을 정교하게 엮어내 보편적 감동을 선사한다.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의 중심에 양재선 작사가가 있다. 그는 신승훈, 성시경, M.C The Max 등 다수의 대중가요 가수 앨범에 참여한 국내 대표 작사가다. 뮤지컬과도 인연이 깊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겨울 나그네’ ‘켓츠’ 등에서 그의 펜촉 색을 입힌 바 있다.
그의 가사는 서정적이면서도 감수성을 자극하는 애절함이 심금을 울린다. 단순히 화자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깊고 심오한 감정을 시적으로 표현한다.
세계 시장을 두드릴 ‘몽유도원’의 시작을 함께한 양재선 작사가는 “가사를 쓸 때 가장 먼저 하는 루틴이 노래하는 가수로 빙의되는 것이다. 그 사람이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느낌을 살리기 위한 ‘언어의 결’이다”라고 운을 띄었다.
대중가요와 뮤지컬 넘버와의 차별화된 감정을 언급하며 “특히 ‘몽유도원’은 감정의 기복이 크고 굉장히 독특하다. 가사를 쓸 때마다 ‘아랑’ ‘여경’ ‘도미’가 돼서 이들의 고난과 슬픔에서 나온 ‘언어의 결’을 표현하려고 했다”라고 덧붙였다.
작품이 국내를 넘어 세계 뮤지컬 시장을 겨냥했기 때문에 모든 관객에게 와닿는 서사를 그려내야 했다. 양재선 작사가는 “‘몽유도원’은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시작한 작품이다. 세계화를 지향하기에 플롯이나 진행 자체 어려우면 안 됐다”라며 “디즈니 뮤지컬의 보편적 캐릭터 구조와 조력자·적대자 형식의 넘버를 차용했다”라고 넘버 창작 과정을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몽유도원’만이 가진 시적 언어와 편안한 대화를 발견했다. 양재선 작사가는 “작품에서 어떠한 전환점을 맞았을 때 감정이 터지는 곡들을 담았다”며 “‘몽유도원’에서만 쓸 수 있는 새로운 문체와 문장들이 들어가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적 미학과 보편적 공감을 이끄는 ‘몽유도원’은 오는 22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 후, 4월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로 무대를 옮겨 여정을 이어간다. 2028년에는 미국 브로드웨이 진출을 목표로 한다. gioi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