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로고와 중국 국기 이미지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엔비디아 최신 인공지능(AI) 칩 H200의 대중국 수출을 위한 막바지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들에 H200 주문을 당분간 보류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술 자립 속도를 늦추지 않는 선에서 미국의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H200 구매를 조건부로 허용하는 방안을 고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더인포메이션은 중국 정부가 이번 주 일부 기술기업들에 엔비디아의 H200 칩 주문을 당분간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정부 차원에서 H200 구매를 허용할지, 허용한다면 어떤 조건들을 붙일지 결정할 때까지 주문을 보류하라는 취지다.
엔비디아가 중국 기업들로부터 H200 주문을 200만개 이상 받고, 해당 칩의 신규 생산 능력 확충 계획까지 세웠다는 외신발 보도가 나오자 중국 정부가 행동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2026 CES에서 "중국 내 H200 칩 수요가 강하다"며 미국 정부의 수출 승인 절차가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조건부이긴 하지만, 중국 정부는 H200 구매를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기업들과의 면담을 통해 H200 칩에 대한 개별 수요를 파악한 후 최근 몇 주 동안 칩 설계업체, 제조업체, 주요 기술기업들을 소집해 H200 칩 구매 가이던스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국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조건 중에는 H200 구매 시 그에 상응하는 일정 비율의 중국산 AI 칩도 사도록 의무화하는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비율은 중국산 칩이 H200을 대체할 수 있는지와 중국 내 공급망이 이 구매 비율을 충당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평가를 토대로 결정될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기술기업들의 AI 모델 개발 등을 위해 H200 칩을 활용할 수 있으면서도 반도체 공급망에서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인다는 목표 달성 시점도 지연되지 않을 수 있다. H200 구매를 조건부로 허용해 '미국의 선진 기술 활용'과 '기술 자립'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앞서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엔비디아에 25%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조건으로 H200 칩을 중국에 팔 수 있게 허용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31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중국 기업들로부터 올해 인도 조건으로 200만개 이상의 H200 주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주경제=이지원 기자 jeewonlee@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