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해안고속도로 전북 고창 분기점 인근에서 교통사고 현장을 수습하던 경찰관과 견인차 기사를 숨지게 하고 탑승자 등 9명을 다치게 한 2차 사고 차량 운전자가 정속 주행 장치(크루즈 컨트롤)를 작동한 채 주행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주행보조장치에 대한 과신이 사고 위험을 키운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북 고창경찰서는 8일 “지난 4일 오전 1시23분쯤 서해안고속도로 상행선 고창 분기점 인근에서 발생한 사고 차량의 사고기록장치(EDR)를 분석한 결과 크루즈 컨트롤 기능이 작동된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운전자 A(38)씨의 진술 등을 토대로 이번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을 졸음운전으로 보고 있지만, 크루즈 컨트롤 기능 사용이 전방 주의력 저하나 졸음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A씨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치상 혐의로 구속됐다.
지난 4일 오전 1시23분쯤 전북 고창군 고수면 우평리 서해안 고속도로 상행선 73㎞ 지점에서 교통사고 수습 도중 2차 사고가 발생하자 119 구조대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전북도소방본부 제공 크루즈 컨트롤은 운전자가 설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주행을 돕는 운전자 보조 시스템으로, 최근에는 앞차와의 거리 조절과 자동 감속·제동 기능이 결합된 적응형 정속주행장치(ACC)로까지 발전했다. 문제는 이 같은 주행보조장치 작동 중 사고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지난해 10월 22일 서울양양고속도로 인제 구간 상남7터널에서는 승용차가 미끄러져 터널 벽에 충돌하는 1차 사고를 수습하던 소방차를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작동한 전기차가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질주해 그대로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26살 전기차 운전자가 중상을 입었고, 30대 구급대원도 타박상을 입었다. 지난 해 6월에도 크루즈 컨트롤을 작동시킨 외제차가 정차 차량을 인식하지 못하고 충돌해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크루즈 컨트롤이 작동된 상태에서 발생한 고속도로 교통사고는 2022년 5건, 2023년 4건, 2024년 12건, 2025년 8건으로 해마다 끊이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20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고속도로 2차 사고 또한 줄지 않고 있다. 고속도로 전체 교통사고는 2020년 1834건에서 지난해 1409건으로 감소했지만, 2차 사고는 같은 기간 51건에서 76건으로 오히려 늘었다. 2차 사고의 치사율은 일반 교통사고의 3~5배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주행보조장치가 편의성과 피로도 완화에는 도움이 되지만 자율주행 기술이 아닌 만큼, 운전자의 지속적인 전방 주시와 상황 판단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레이더나 카메라로 주변 차량을 인식해 속도를 조절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고 현장이나 공사 구간처럼 변수가 많은 상황에서는 정상 작동을 장담할 수 없다”며 “특히 고속도로 2차 사고 위험 구간에서는 반드시 수동 운전과 전방 주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 또한 편의 기술이 오히려 경계를 늦추는 순간, 사고 위험은 급격히 커지므로 ‘운전 보조’ 수단으로만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승희 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장은 “야간 고속도로는 교통량이 적어 운전자가 속도와 위험을 체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고·공사 현장 인근에서는 감속과 차로 변경을 의무화하는 제도적 장치와 함께 운전자 스스로의 경각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