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한령 완화' 신호에 식품업계 촉각…중국 내수 부진은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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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한령 완화' 신호에 식품업계 촉각…중국 내수 부진은 변수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한중 MOU 체결식에서 악수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한중 MOU 체결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대통령의 국빈 방중과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해제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식품업계가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식품 수출 시장으로, 한한령이 완화될 경우 K-푸드 확산 흐름에 추가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 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이후 중국 시장을 둘러싼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이 대통령은 방중 동행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한한령 조치와 관련해 “단계적으로 조금씩 원만하게 해 나가면 될 것 같다”고 언급했다.

한한령은 2017년 한국 정부의 사드(THAAD) 배치에 대한 중국의 비공식 보복 조치로, 당시 중국에 진출해 있던 국내 식품기업들은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롯데웰푸드(당시 롯데제과)는 상하이와 베이징 공장을 운영했으나 실적 악화로 2019년 현지 공장을 매각했고, 2023년에는 베이징 롯데식품유한공사를 정리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롯데칭다오푸드 역시 운영이 중단된 상태로 매각이 진행 중이다.

이 같은 정치적 불확실성에도 식품업계가 중국 시장을 다시 주목하는 이유는 막대한 내수 기반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식품수출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국내 식품의 대중국 수출액은 18억5740만 달러를 기록했다. 2022년 20억 달러를 넘긴 이후 다소 주춤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주요 식품기업들은 중국 내 생산 설비와 유통망을 유지하며 현지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농심은 1996년 상하이에 첫 공장을 세우며 중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현재 상하이·선양·칭다오·연변 등 4개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주력 제품은 역시 신라면이다. 중국 법인이 전체 해외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기준 12.3%에 달한다.

농심 관계자는 “코로나19와 한한령 여파로 중국 내수 침체가 이어지면서 최근 중국 매출이 감소세를 보여왔다”며 “이번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 내수 경기 회복과 한한령 해제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향후 매출 성장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삼양식품은 한한령 국면에서도 현지 거래처와 유통망을 통해 중국 매출을 유지해 왔고, 2021년 9월에는 중국 현지 판매법인을 설립하며 시장 입지를 강화했다. 과거 전체 수출액의 50%에 이르던 중국 비중이 글로벌 매출 확대로 27% 수준으로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핵심 시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는 삼양식품이 중국 저장성 자싱시를 첫 해외 생산거점으로 낙점한 것에서도 읽힌다. 2027년 1월 완공 예정인 자싱공장은 총 2014억원을 투입해 6개 생산라인을 갖추게 되며, 생산 물량은 전량 중국 내수 시장에 공급될 예정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한한령이 해제되면 중국 내에서 한국 콘텐츠가 더욱 활발하게 확산되면서 한국의 문화와 음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광저우와 라오청에 현지 생산 기반을 갖춘 CJ제일제당에게 중국은 미주·일본과 함께 해외 시장 ‘빅3’ 중 하나로 꼽힌다.  비비고 만두를 앞세워 중국 냉동식품 시장을 공략하고 있으며, 2025년 3분기까지 현지에서 누적 138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한한령 해제 가능성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언급됐지만, 실제로 현실화되지 않았던 전례가 있어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중국 내수 시장이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또다른 변수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도 글로벌 경기 둔화 영향으로 예전만큼의 소비력을 보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한한령 완화는 중장기적인 접근 차원에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김현아 기자 haha@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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