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우 우리카드 대행(왼쪽)과 그의 장인어른이자 V리그 레전드 사령탑인 신치용 전 감독. 사진=KOVO 제공 위기의 우리카드를 수렁에서 끌어올리는 소방수, ‘리빙 레전드’ 박철우 감독대행이다.
남자프로배구 우리카드가 2026년을 맞아 확 달라졌다. 지난해 막판만 해도 4연패로 허덕이다가, 새해부터 이어진 2경기를 내리 잡았다. 지난 2일에는 원정팀의 지옥으로 불리는 부산에서 OK저축은행을 잡더니, 8일에는 1위 대한항공이라는 거함까지 셧아웃으로 무너뜨렸다.
완벽하게 뒤바뀐 분위기, 그 중심에는 혼란스러웠던 팀을 일으키는 박철우 감독대행이 있다. 지난해 12월30일, 팀을 이끌던 마우리시오 파에스 전 감독이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를 알렸다. 갑작스럽게 수장을 잃은 우리카드는 코치로 활동하던 박 대행에게 SOS 신호를 던졌다.
V리그 최고의 선수로 굵직한 역사를 남긴 박 대행은 2023~2024시즌 현역 은퇴 후,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다가 지난해 4월에서야 코치로 첫 걸음을 뗀 초보 지도자다.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지휘봉을 잡아야 하는 무거운 임무를 맡았지만, 인상적인 결과물로 산뜻한 발걸음을 떼는 중이다. 남다른 마음가짐과 철저한 준비로 의지를 불태운다. 선수단을 이끄는 ‘형님 리더십’도 무기가 된다. 이제 지도자 커리어를 시작한 박 대행은 40세에 불과하다. 선수단과의 심적인 거리가 가까울 수밖에 없다.
박철우 우리카드 감독대행이 작전 타임 도중 선수단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다. 사진=KOVO 제공 박 대행이 신경쓰는 부분도 바로 이 점이다. 혼란스러운 팀 분위기를 다잡는 데 힘을 쏟는다. 박 대행은 “(2연승이) 마음에 든다기 보다, 경기를 졌더라도 선수들이 이렇게 화이팅하고 즐겁게 경기하는 모습을 보이면 그걸로 만족한다. 그래야 다음이 있다. 코트에 불신이 쌓이면 힘들어지는 법인데, 선수단의 신뢰가 쌓여간다”며 응집력을 보여주는 선수들에게 공을 돌린다.
극적으로 빚은 분위기 반전, 아직 실감은 나지 않는다. 박 대행은 “지금도 얼떨떨하고, 자다가 벌떡벌떡 일어나기도 한다. 피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내가 이 상황을 감당할 수 있을까 생각하기도 했다”며 솔직한 심경을 토로하면서도 “돌이켜보면 내가 책임지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잘 되든 안 되든 안고 가자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구단에서도 믿고 맡겨주시지 않았나 싶다”고 대행 부임 당시를 돌아봤다.
이어 “이제 코치 생활 8개월밖에 안 됐다. 부족한게 많다. 지금도 나 혼자 한다기보다는 스탭들한테 도움 많이 받고 있다. 각자 위치에서 최선 다해주신다. 즐겁게 하고 있다”고 미소를 띠었다.
고충은 당연하 안고 가야 한다. 그는 “감독님들께서 항상 감독이 고독한 자리라고, 스트레스 많이 받는다고 하셨는데 왝 ㅡ랬는지 알 것 같다. 책임감과 부담감이 있다. 선수들과 호흡하는 부분은 즐겁지만, 내 판단과 행동 하나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매 순간 조심스럽다”고 바라봤다.
사진=KOVO 제공 가장 가까이에 있는 최고의 조언자에게 도움을 구한다. 바로 그의 장인어른인 신치용 전 감독이다. 삼성화재 왕조 시절을 이끈 신 전 감독은 V리그 사령탑 역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사제의 연을 넘어 가족으로 연을 맺은 최고의 롤모델이다.
박 대행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이나 전술·전략적인 것도 많이 여쭙고 있다. 많은 이야기를 해주신다. 선생님이 이렇게 바로 옆에 계시다는 게 내 장점 중 하나”라고 활짝 웃었다. 이어 “많이 여쭙고 배우려 한다. 지도자가 솔선수범해야한다는 말을 가장 많이 해주신다. 그런 점들을 마음에 새기고 겸손하게 매일을 준비하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커다란 목표보다는 당면 과제들에 집중하며 스텝을 밟는다. 그는 “(목표는) 없다. 지금은 지금에만 집중하자는 이야기를 한다. 연습 때는 연습, 훈련 계획 짤 때는 훈련 계획만 생각하겠다. 선수들에게도 다음 KB손해보험전에만 집중하자고 말했다”며 “내가 대행을 한다고 해서 뭔가를 말하는 것 자체가 건방지다.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선수들을 믿으며 해나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