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스크린을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국민 배우' 안성기 씨가 9일 영면에 든다. 향년 74세.
고인의 발인식은 이날 오전 7시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다. 운구 행렬은 생전 고인의 독실한 신앙심이 깃든 서울 중구 명동성당으로 향한다.
마지막 길은 외롭지 않다. 고인을 아버지이자 형님, 그리고 스승으로 따랐던 충무로의 후배들이 곁을 지킨다. 같은 소속사 식구이자 아끼는 후배인 정우성과 이정재가 각각 고인의 영정과 정부가 추서한 금관문화훈장을 가슴에 품고 앞장선다. 운구는 대한민국 영화계를 이끄는 설경구, 박철민, 유지태, 박해일, 조우진, 주지훈이 맡아 고인의 마지막 무게를 짊어진다.
오전 8시부터는 정순택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대주교의 집전으로 추모 미사가 열리며, 이어지는 영결식에서는 고인과 수많은 걸작을 함께했던 배창호 감독과 정우성이 조사를 낭독해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장지는 양평 '별그리다'로 확정됐다. 평생을 '스타'로 살았던 그가 비로소 진짜 별이 되어 쉴 곳이다.
고인의 삶은 한국 현대 영화사 그 자체였다. 1957년 다섯 살 꼬마가 김기영 감독의 '황혼열차'에 올라타며 시작된 여정은 멈춤이 없었다. 아역 배우로 출발해 성인 연기자로, 그리고 국민 배우로 거듭난 69년의 연기 인생 동안 고인은 늘 시대의 얼굴이었다. '바람불어 좋은 날(1980)'과 '고래사냥(1984)'으로 청춘의 방황을 대변했고, '투캅스(1993)', '실미도(2003)', '라디오 스타(2006)' 등 170여 편에 달하는 필모그래피를 통해 우리 이웃의 희로애락을 온몸으로 표현해냈다.
고인은 단순히 연기만 잘하는 배우가 아니었다. 대종상과 청룡영화상 등 수십 개의 트로피가 연기력에 대한 찬사였다면, 대중이 보낸 '국민 배우'라는 호칭은 인품에 대한 존경이었다. 그는 자신의 명성을 개인의 영달이 아닌 동료와 사회를 위해 아낌없이 썼다. 스크린쿼터 사수 투쟁의 최전선에 서서 영화인들의 권익을 보호했고, 유니세프 친선대사로서 보여준 나눔의 행보는 그가 왜 '시대의 어른'으로 불리는지를 증명했다.
고인은 2019년 혈액암 진단 이후에도 희망을 놓지 않았다. 한차례 완치를 판정받으며 다시 카메라 앞에 서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그러나 야속한 병마는 재발했고 지난달 30일 불의의 사고로 의식을 잃은 뒤 끝내 깨어나지 못했다. 지난 5일간 빈소에는 조용필, 박중훈, 임권택 감독 등 평생의 지기들과 정·재계 인사들의 조문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시민들 역시 슬픔 속에 그를 배웅했다. 이제 '배우 안성기'는 막을 내린다. 하지만 그가 남긴 수많은 '얼굴'들은 필름 속에, 그리고 관객들의 가슴 속에 영원히 상영될 것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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