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1000만원이 넘는 고액 아파트 월세 계약이 부쩍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신고된 거래량은 10년 전보다 40배 넘게 증가했다. 과거 강남3구를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이뤄졌는데 최근 들어 용산·성동구 등 지역도 넓어졌다. 자산 가격 상승에 더해 고가 아파트 공급과 수요가 함께 늘면서 초고가 월세 시장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서울에서 1000만원 이상 아파트 월세 거래 건수는 총 253건으로 집계됐다. 앞서 2024년 205건에 비해 23%가량 늘었다. 10년 전인 2015년만 해도 1000만원 이상 아파트 월세 거래는 6건에 불과했다. 10년 만에 4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꾸준히 증가하던 아파트 초고액 월세는 2020년대 들어 빠르게 늘었다. 2020년 23건을 기록한 뒤 다음 해 80건까지 늘었다. 고금리를 유지하던 2024년 전년 대비 3건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큰 폭으로 집값이 오른 지난해 처음으로 250건을 돌파했다. 한국부동산원 집계를 보면 지난해 11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가격은 147만6000원으로 10년 전에 비해 62% 올랐다. 고액 월세가 늘어난 점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아파트 값이 꾸준히 오르면서 자연스레 고액 거래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12월26일 기준 서울 아파트 3.3㎡당 매매 가격은 4831만원으로 10년 전과 비교할 때 약 2.7배 상승했다. 고급 아파트가 몰려있는 강남구와 서초구는 이보다 소폭 높은 2.9배 정도 올랐다. 서초구 반포자이 전용면적 244㎡형은 2015년 12월 보증금 3억원, 월세 650만원에 계약됐는데 지난해 9월에는 보증금 3억원, 월세 1500만원 계약이 신고됐다.
고가 아파트 공급이 늘어난 점도 한몫했다. 2015년까지만 해도 1000만원 이상 아파트 월세는 모두 강남3구에서 신고됐다. 강남구 청담동과 서초구 반포동에서 거래가 많았다. 이후 용산·성동구 일대 고가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이 2019년, 영등포 여의도동 브라이튼여의도는 2023년 준공됐다. 축구선수 손흥민이 과거 거주했던 곳으로 성동구 성수동 트리마제는 2017년 지었다.
지난해 1000만원이 넘는 월세 거래가 가장 많았던 자치구는 용산구로 83건을 기록했다. 이어 서초구(64건), 성동구(47건), 강남구(40건), 영등포구(11건) 순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신고분 가운데 가장 비쌌던 월세는 강남구 에테르노청담 전용 231㎡형으로 보증금 40억원에 월세 4000만원에 거래됐다.
구매력을 갖춘 고액 자산가 수도 꾸준히 늘어나면서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25 한국 부자보고서'를 보면 금융자산이 10억원 이상인 사람의 수는 2015년 18만2000명에서 지난해 47만6000명으로 2.6배 늘었다. 고가 아파트 월세의 주된 수요층은 증권·가상자산 보유 자산가, 회사 고위 임원, 외국인, 연예인 등으로 파악된다. 수천만원짜리 월세를 감당할 수 있는 현금 조달이 가능한 이들이 주로 계약한다.
권영선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최근 4~5년 사이 주택 가격이 급등하고 고급 아파트가 10년 전에 비해 상당히 늘어난 것이 고액 월세 거래량 증가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볼 수 있다"면서 "목돈을 주고 아파트를 매매하거나 전세로 사는 것보다 매달 돈을 나눠 내면서 투자 등을 통해 자금을 융통하려는 것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한 고급 주택의 가격 하락 요인이 현재 보이지 않기 때문에 고가 월세 거래는 향후에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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