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인기 간식 '테케핑거스'…베네수엘라 빵이라고?[맛있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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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인기 간식 '테케핑거스'…베네수엘라 빵이라고?[맛있는 이야기]
편집자주최초의 과자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발견됐다고 합니다. 과자는 인간 역사의 매 순간을 함께 해 온 셈이지요. 비스킷, 초콜릿, 아이스크림까지. 우리가 사랑하는 과자들에 얽힌 맛있는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스페인에는 '테케핑거스'라는 인기 길거리 음식이 있다. 영화관, 호텔, 워터파크 등 어디서든 볼 수 있으며 미국으로도 수출되고 있다. 스페인 전통음식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베네수엘라의 전통 빵에서 착안한 음식이다. 베네수엘라의 정정불안을 피해 해외로 이민 간 피란민들이 퍼뜨린 소울푸드에서 비롯됐다.

스페인 국민 간식 테케핑거스

스페인의 대표 간식 중 하나인 테케핑거스는 돌돌 만 얇은 빵 속에 치즈·소시지·고기 등 속을 채워 넣은 음식이다. 스페인에 본사를 둔 동명의 기업이 만들어서 판매하고 있다. 오늘날 스페인에만 100개 넘는 직영점을 두고 있으며 영화관, 백화점, 워터파크, 리조트 등에 납품하고 있고, 미국과 칠레로도 수출한다.


스페인 전통음식 같지만 실제 테케핑거스의 역사는 짧다. 2016년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 키오스크 주문대 1개만 세워둔 작은 점포로 시작했다. 그러나 이듬해 스페인의 유명 영화관 운영사에 빵을 납품한 것을 계기로 짧은 기간동안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테케핑거스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가브리엘 페데리코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젊은 기업인으로 자리매김했다.

베네수엘라 부자들이 즐기던 테케뇨

실제 테케핑거스는 스페인이 아닌 베네수엘라에서 기원한 음식으로 알려져있는데 베네수엘라 전통 빵인 테케뇨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테케뇨는 얇게 펴서 튀긴 빵을 돌돌 말아 길쭉한 모양을 만든 뒤, 내부에 치즈 등을 가득 채워 넣는다. 미국식 핫도그를 닮기도 했고, 유럽의 페이스트리(빵 반죽을 층층이 쌓아 구운 디저트)와도 비슷하다.


베네수엘라의 미식가 아르만노 스카노네가 기록한 현지 요리법 저서 '나의 부엌'에 따르면, 테케뇨는 베네수엘라의 도시 로스테케스에서 탄생했다. 과거 베네수엘라가 부유하던 시절 로스테케스는 부자들의 휴양 도시이자 별장으로 인기가 많았는데, 한 부자가 전속 요리사에게 시켜 로스테케스를 기념할 만한 디저트를 고안해 달라고 청했다는 것이다. 스카노네는 "테케뇨는 숙련된 제빵사의 손으로 세심히 만든 반죽이 필요하다"며 "그런 음식을 만들어 즐겼던 가족이라면 부자였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1960년대 이후 베네수엘라 경제가 고도 성장기를 맞이하면서, 서민들에게도 테케뇨가 전파됐다. 주로 결혼식 등 집안의 큰 행사가 있을 때 손님들에게 테케뇨를 대접했다. 해당 시기는 베네수엘라의 간식 문화 전반이 발달한 때이기도 하다. 베네수엘라 대표 과자 제조업체 사보이에서 코코세떼, 수지 등 초콜릿 맛 과자를 발매해 인기를 끌었다.

베네수엘라 디아스포라가 퍼뜨린 음식

테케뇨가 대서양 건너편 스페인의 국민 간식으로 자리 잡게된 배경에는 베네수엘라 피란민들이 있다. 1998년 당선된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독재가 심화하면서 일부 베네수엘라 시민들은 조국을 탈출해 해외로 떠나기 시작했다. 이들을 과거 팔레스타인에서 추방당했던 유대인 공동체 디아스포라에 빗대 '베네수엘라 디아스포라'라고도 부른다. 베네수엘라의 경제 위기가 심각한 수준에 이른 2010년대 이후로는 스페인으로의 이민자 행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테케핑거스를 창업한 페데리코 CEO도 2011년 고향을 떠나 해외로 터전을 옮긴 이 베네수엘라 디아스포라의 일원이었다. 그는 원래 베네수엘라의 명문대인 안드레스 벨로 가톨릭대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IT 기업인의 삶을 꿈꿨지만 두 번이나 납치 사건의 피해자가 된 끝에 결국 이민을 택했다.


한 스페인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페데리코 CEO는 "나는 베네수엘라에서 성장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며 "처음에는 캐나다로 갔고, 그다음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정착했다. 첫 1주일 동안 바르셀로나를 경험하니 어디에 뿌리 내릴지 비로소 마음을 정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테케핑거스는 정든 모국을 떠나야만 했던 베네수엘라인들의 애환이 담긴 음식인 셈이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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