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들은 '모험' 대신 '확신'으로 승부수를 던진다. 창고 깊숙이 넣어뒀던 강력한 지식재산(IP)을 한꺼번에 꺼내 든다. 팬데믹 이후 불확실성에 시달리면서 새로운 IP를 발굴하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대신 전 세계가 기억하는 '확실한 이름값'에 천문학적인 자본을 쏟아붓는다.
현지 유력 연예 매체들은 내년 극장가를 관통할 키워드로 '안전한 속편(Sequel)'과 '거대한 향수(Nostalgia)'를 꼽고 있다. '버라이어티'는 "2026년 할리우드는 역사상 가장 거대한 프랜차이즈들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해로 기록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 랩'도 "이번 승부에서의 실패는 돌이킬 수 없는 탈선을 의미한다"며 "스튜디오들이 가장 거대한 캐릭터들을 앞세워 화려한 재기를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의 진단처럼, 2026년은 그야말로 '거인들의 전장(戰場)'이 될 예정이다.
마블과 DC의 어두운 전쟁슈퍼히어로 시장의 패권 다툼은 상반기 마블, 하반기 DC의 구도로 재편되는 듯했으나, 마블이 승부수를 던지며 전선이 겨울까지 확장됐다. 당초 5월 1일 공개 예정이던 마블의 '어벤져스: 둠스데이'는 12월 18일로 개봉을 전격 연기했다. 완성도를 위해 후반 작업 기간을 늘렸다. 이 작품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아이언맨 수트를 벗고 최강의 빌런 닥터 둠으로 돌아온다는 사실만으로 전 세계를 들썩이게 했다. 마블의 위기 탈출을 위한 최후의 카드다.
여름 시장의 왕좌는 톰 홀랜드가 노린다. 7월 개봉하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에서 대학생이 된 피터 파커의 성장을 그린다. 전작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팬데믹 시기에도 19억 달러라는 경이적인 수익을 올린 만큼, 이번 작품 역시 마블 유니버스의 허리를 책임질 핵심 텐트폴(Tentpole)로 꼽힌다.
이에 맞서는 DC스튜디오는 '다크 히어로'의 묵직함으로 경쟁한다. 10월 개봉하는 '더 배트맨 파트 2'는 로버트 패틴슨을 앞세워 고담시의 심연을 파고드는 누아르적 탐정 서사를 예고한다. 앞서 6월에는 제임스 건 체제의 야심작 '슈퍼걸: 우먼 오브 투모로우'가 베일을 벗으며 DC 유니버스의 부활을 타진한다.
우디와 미니언즈, 그리고 마리오…애니메이션 머니 게임가족 관객을 겨냥한 애니메이션 시장은 '전설들의 동창회'를 방불케 한다. 포문은 닌텐도의 배관공 형제가 연다. 4월 3일 개봉하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2'가 전작의 13억 달러 흥행 신화를 이어받아 봄 극장가를 선점할 계획이다.
여름은 픽사와 일루미네이션스의 자존심 대결이다. 픽사는 6월 '토이 스토리 5'를 내놓으며 시리즈의 명성을 잇는다. 우디와 버즈의 재결합이 유력한 가운데, 팬들의 향수를 얼마나 자극하느냐가 관건이다. 일루미네이션은 7월 1일 '미니언즈 3'으로 맞불을 놓는다. 전작들이 모두 글로벌 메가 히트를 기록한 '슈퍼배드' 유니버스의 확장판으로, 특유의 엉뚱한 슬랩스틱 유머와 악당 그루와의 호흡을 앞세워 여름방학 가족 관객을 독점한다는 전략이다.
실패할 수 없는 카드들의 정면승부에 버라이어티는 "올해 애니메이션 라인업은 전 세대를 아우르는 강력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어, 글로벌 수익 10억 달러 클럽 가입이 유력하다"고 평가했다.
놀런의 '오디세이'…기술의 한계 넘는다수많은 속편의 홍수 속에서 7월 17일 개봉하는 '오디세이'는 영화광들이 가장 기다리는 '사건'이다. 호메로스의 서사시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독창적인 해석이 더해져 완전히 새로운 액션물로 다가올 예정이다.
놀런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전 분량을 아이맥스(IMAX) 필름 카메라로 촬영하는 등 기술적 한계에 도전했다. 캐스팅 또한 역대급이다. 맷 데이먼, 톰 홀랜드, 앤 해서웨이, 젠데이아, 루피타 뇽오, 로버트 패틴슨, 샤를리즈 테론 등 아카데미 시상식을 방불케 하는 라인업을 구축했다.
철저한 보안 속에 구체적인 줄거리는 감춰져 있지만, 업계가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모두가 '안전한 흥행 공식'을 좇을 때, 놀런만이 오직 '극장적 체험'이라는 정공법으로 승부수를 던졌기 때문이다. 버라이어티는 이 무모하고도 거대한 도전에 "할리우드가 프랜차이즈 사이에서 유일하게 허락한 '독창적 도박'"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판타지의 확장…듄, 헝거게임, 스타워즈SF와 판타지 장르에서는 거대한 세계관의 확장이 이어진다. 가장 관심을 끄는 작품은 '어벤져스: 둠스데이'와 같은 날 개봉하는 드니 빌뇌브 감독의 '듄: 파트 3'이다. 티모테 샬라메가 분한 폴 아트레이데스의 성전(聖戰), 그 이후의 이야기를 그린다. 전 우주를 뒤흔든 영웅의 운명과 비극적 고뇌를 담아낸 이 작품은 빌뇌브 감독이 설계한 SF 대서사시의 장대한 피날레를 장식할 전망이다.
판타지 장르의 역사를 썼던 작품들도 화려한 귀환을 알린다. 11월 20일에는 전 세계에 생존 서바이벌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헝거게임' 시리즈의 신작 '헝거게임: 수확의 일출'이 개봉해 판엠의 기원을 파헤친다. 5월 22일에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극장 복귀작 '만달로리안과 그로구'가, 7월 10일에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실사화 프로젝트 '모아나'가 관객을 찾는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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